정부의 이주민 확대 방침이 본격화 한가운데 한국교회의 이주민 선교 정책도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5일 서울 용산구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에서 열린 ‘온누리교회 이주민 선교 30주년 기념포럼’에서다.
전주에서 다문화 공동체를 운영하는 도주명 온교회 목사는 “대부분의 이주 노동자들이 단기간 체류하던 그동안 관행과 달리 한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면 장기 체류의 길을 열어주고 심지어 영주권까지 주겠다는 게 정부의 기조”라며 “이 말은 이주민 선교 지형에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단기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중 일정한 능력과 요건을 갖춘 이들에 대해 숙련기능인력(E-74) 비자를 확대 발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E-74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인원은 기존 2000명에서 3만5000명까지 급증했다.
도 목사는 “숙련기능인력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국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며 “교회가 이런 필요를 인식하고 한국어 교육을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이주민과의 접점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어촌 교회의 경우 이주민 선교의 성패가 교회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도 목사는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지방 소도시나 대학의 경우 이미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 중심으로 모든 게 돌아가고 있다”며 “지방의 한 대학의 경우 약 600명의 베트남 유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주민과 유학생 없으면 경제가 마비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인구 소멸지역에서 관 주도로 외국인 정착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도 이런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도 목사는 “농어촌 교회들은 심각한 고령화로 장로 등 항존직의 봉사 나이를 늘리자는 말이 나온다”며 “농어촌 교회들도 생존을 위해 이제 이주민 사역에 눈을 떠야 한다”고 했다.
흔히 불법체류자라고 부르는 미등록자 증가도 교회가 주목할 대목이다. 130만명에 달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 가운데 법무부가 추산한 미등록자는 약 43만여명에 달한다. 송인선 경기글로벌센터 대표는 이 점을 언급하면서 “국내 거주 외국인 3명 중 한 명은 미등록자다. 이들 대부분 불안함 속에 생활한다”고 했다. 송 대표는 “나그네를 돌보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열심히 섬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최근 제가 사는 부천 지역의 경우 이단들이 이주민들에 대한 적극적으로 포교에 나서고 있다”며 “하나님이 우리 앞마당에 보내준 선교 대상자들이 이단에 빠지지 않도록 교회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누리교회는 1993년 10월 교회 창립 8주년 기념 외국인 돕기 바자회를 기점으로 이주민 사역을 시작했다. 행사를 준비한 교인들이 주축이 돼 기도 모임이 결성됐고 1995년에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구로동 피난처까지 세웠다. 2005년 12월에는 전문 사역 기관인 안산 온누리M센터를 개원했다. 지역별 M센터를 중심으로 국가별 예배 공동체가 세워지고 있으며 이주민 연합 세례식, 지역아동센터, 한글교실 등의 사역을 전개하고 있다.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는 “30년간 하나님이 온누리교회를 통해 많은 이주민 품게 하셨다”며 “우리에게 찾아온 이웃인 이주민은 단지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 선교의 주체”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또 “해가 갈수록 이주민 선교의 가치와 중요성은 더 증가할 것”이라며 “교회가 관계망을 통해 더 많은 국내 이주민 사역을 감당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