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의 중국산 해안 감시장비를 가공한 뒤 국산으로 속여 육군에 납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군 납품업체 관계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최경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군납업체 A사 대표 B씨(59)와 군 발주사업 기획 업체를 운영하는 C씨(50) 등 4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2020년 육군본부가 발주한 ‘해강안 사업’에서 중국산 저가 감시장비를 국내 중소기업의 직접 생산 제품인 것처럼 가장해 사업을 낙찰받고, 감시장비 대금 104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해강안 사업은 접경지역의 해안 및 강가 등에서 경계를 강화하기 위한 육군의 사업이었다.
검찰은 B씨 등이 중국 업체로부터 사실상 완성품에 가까운 감시장비를 수입한 뒤 미세한 가공만을 추가해 완성했다며 국내 중소기업이 직접 생산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A사가 외부에서 납품받은 제품을 직접 조립하고 자체 개발한 펌웨어를 탑재한 뒤 성능검사를 한 점을 들어 직접생산 요건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또 B씨 등이 육군본부를 기망할 의도로 제조사를 허위로 기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육군본부도 국방부 감사 과정에서 감시카메라의 실제 생산 과정을 확인한 뒤 A사가 직접 생산한 게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초기에 문제가 제기됐으나 결국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나머지 사업도 진행됐고 대금도 지급됐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또 A사 상무이사 D씨 등은 2020년 8월 육군본부가 발주한 ‘항포구 사업’에서도 중국산 제품을 국산으로 속여 대금 15억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았으나 이 역시 무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중국 업체로부터 납품받은 반조립 상태 제품은 촬영과 녹화만 가능할 뿐이며 A사가 제작한 부품을 부착해야 육군본부가 요구하는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직접생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서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