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당 3번째 하원의장 후보, 선출 당일 낙마…트럼프 등 반대

입력 2023-10-25 06:37

미국 공화당 톰 에머(62) 원내 수석부대표가 자당 연방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됐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당내 강경파 반발에 직면해 곧바로 사임했다.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 짐 조던 법사위원장에 이은 세 번째 중도낙마다. 케빈 매카시 전 의장 해임과 후임자 선출 과정에서 수면 아래 있던 당 내홍이 터져 하원 리더십 공백 사태 장기화 우려가 커졌다.

에머 수석부대표는 24일(현지시간) 오후 4시 26분 공화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의장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불과 4시간여 전인 이날 오후 12시 16분 의장 후보로 선출됐었다.

앞서 공화당은 이날 오전 의총에서 에머 수석부대표 등 하원 의장 후보에 출마한 7명의 의원을 상대로 5차례 표결을 해 에머 수석부대표를 선출했다. 애초 출마 의사를 밝힌 댄 뮤저, 게리 팔머 의원은 투표 직전 경선에서 사퇴했다.

에머 수석부대표는 당내 경선에 승리했을 때부터 이미 본회의 승리는 힘들다는 전망이 많았다. 그는 마이크 존슨 공화당 회의 부의장과의 최종 투표에서 117대 97로 겨우 승리했다. 이후 의장 후보 확정을 위한 롤 콜(Roll Call·호명) 투표에서 20명 이상의 반대표를 받았다. 폴리티코는 “최소 25명의 하원의원이 에머 수석부대표의 의장 후보 선출을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에머 수석부대표는 2020년 대선 때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을 인증하는 데 찬성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계가 좋지 않다. 그는 지난 주말 오해를 풀겠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그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지만 누가 믿을 수 있느냐. 그가 변한 이유는 승리하는 데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공화당 유권자와 완전히 동떨어진 리노(RINO·이름만 공화당원)에게 투표하는 건 비극적인 실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머 수석부대표가 과거 동성결혼이나 부채한도 인상 등 공화당 강경파가 반대해 온 의제에 대해 찬성표를 던진 것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당 의총에서 강경파 의원들은 조던 위원장이 본회의 때 중도파 반대로 의장 선출에 실패한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미 하원이 케빈 매카시 전 의장 해임 이후 3주가 지나도록 후임 의장을 선출하지 못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가 증폭됐다. 당장 임시 예산안 만료까지 4주도 채 남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지원을 담고 있는 1050억 달러 안보예산안 처리도 지연이 불가피하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