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휴일도 일?”… 기재부 노트북 첫 지급 ‘술렁’

입력 2023-10-25 05:00 수정 2023-10-25 07:52

기획재정부가 최근 직원들에게 사무실이 아닌 외부에서도 업무를 볼 수 있는 노트북 수십대를 지급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공무원이 어디서나 사무실과 동일한 환경으로 업무망과 인터넷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온북’ 시스템 도입에 따른 조치다. 다만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향후 휴일에 집에서까지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기재부 정보화담당관실은 신청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주부터 업무용 노트북인 온북을 배부하고 있다. 온북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이 사무실 뿐 아니라 출장, 재택근무 때에도 보안 규정을 지키면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 노트북이다.

지금까지 부처와 공공기관에서는 업무망과 인터넷망 접속을 구분하기 위해 2대의 컴퓨터(PC)를 사용해 왔다. 보안 규정 때문이다. 현재 특정 상황을 제외하면 공무원이 외부에서 개인 노트북이나 PC로 내부망에 접속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업무를 보려면 무조건 청사 사무실로 나와야 한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2021년부터 국정원(국가보안기술연구소)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의 정부기관 및 민간기업과 협업해 온북을 개발해 왔다. 온북은 일반 노트북 보다 보안성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보안 인증을 통과해야만 암호화 된 저장공간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내부망에 접속해도 자료 유출 위험이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공무원이 외국 출장을 나갔을 때도 온북을 통해 부처 내부 메신저를 사용할 수 있어 빠른 현안 대응이 가능하다.

온북 도입은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다. 현재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교육부, 국방부 등이 온북 시스템을 실시하고 있다. 기재부는 정부 부처·공공기관 가운데 5번째로 온북 시스템을 운영하게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서 상관없이 젊은 직원들의 신청이 이어져 60여대의 온북을 이미 지급했다”며 “오는 12월까지 100대의 노트북을 지원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기재부 내부 게시판인 공감소통에는 온북 시스템에 대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한 직원은 “대한민국 공무원은 보안 때문에 외근 나가서 현장서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가끔 사무실을 떠나 조용히 노트북을 들고 까페 등에서 일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12월까지 온북 시범사업을 벌인 뒤 반응이 좋으면 내년부터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온북 시스템을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부 기재부 직원들 사이에선 온북 도입과 관련해 “일과 업무의 구분이 없어질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소에 상관없이 업무망 접속이 가능해지면 휴일 업무 지시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