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첫 ‘직장 내 괴롭힘’, 법원 판결로 뒤집혔다

입력 2023-10-24 18:44

쿠팡 현장근로자가 무기계약직 근로자를 상대로 노동조합 활동을 지적한 것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이라던 고용노동청의 판단이 2년 만에 법원 판결에서 뒤집혔다. 노조 활동에 대한 언급이 일회성인 만큼 ‘반(反) 노동조합적 의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24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9일 쿠팡 인천 물류센터 현장관리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경고 및 부당분리 조치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A씨가 직원 B씨에게 ‘직원 괴롭힘’을 가했다는 중노위 재심 판단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2월 인천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무기계약직 근로자 B씨가 노조 설립을 추진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왜 다른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주느냐. (네이버) 밴드에서 봤는데 쿠키런(노조설립 밴드 이름) 활동도 하고, 조끼를 입고 근무하고 싶어 하던데 그런 활동을 하려면 모범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B씨는 상·하차 공정 관리자인 A씨가 자신의 노조 활동을 지적한 것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신고했다. B씨는 그해 5월 중순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에 진정서를 냈다. 노동부 인천북부지청은 같은 해 10월 말 “노조 활동과 관련해 업무 지적을 한 질책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며 개선 지도를 내렸다.

쿠팡은 A씨에게 서면 경고 처분을 하고 B씨와 근무 공간을 분리하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A씨는 이 조치가 부당하다며 지방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했고, 기각됐다. 이어 중앙노동위에 재심 신청에서도 기각돼 행정 소송을 제기한 끝에 승소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A씨의 발언이 업무상 적정범위를 초과해 B씨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에 해당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어 “A씨의 발언이 일회적으로 이뤄졌기에 반노조적 의사에 기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판결문에서 “B씨의 불성실한 업무처리로 동료 직원들 사이에서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에 A씨가 현장관리자로서 근무 질서 유지 차원에서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억울하게 피해 보는 이들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