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에서 파리 잡는 할머니, 치매 걸린 노모입니다” [사연뉴스]

입력 2023-10-24 16:37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식당을 방문했는데 맨발로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본다면 손님으로서는 불쾌한 감정이 들 수도 있을 텐데요. 이와 관련한 손님의 지적에 사장님이 직접 답글을 달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홀에 있던 사람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였다며 이해를 구하는 사장님의 정중한 사과에 많은 이들이 응원을 보냈습니다.

지난 20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어느 치킨집 사장님의 리뷰 답글 감동’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습니다. 치킨을 시켜 먹으려다 리뷰를 보게 됐다는 글쓴이 A씨는 본인이 발견한 사장님의 답글이 감동적이었다고 밝히며, 해당 리뷰의 캡처 화면을 첨부했습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A씨의 글에 따르면 치킨을 포장 주문했던 손님 B씨는 포장 예정 완료 시간보다 늦어진 치킨과 홀에 있던 할머니의 모습이 별로였다며 부정적인 리뷰를 남겼습니다. B씨는 “포장 주문했는데 완료 시간 지나서도 안 나와 가게에서 기다렸다. 가게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며 “이건 그렇다고 해도 테이블에 신발을 벗고 앉아서 파리채로 파리를 잡는 할머니는 가족분이신지, 손님으로 방문했을 때 보기 너무 안 좋았다”고 적었습니다.

B씨는 치킨의 맛에 대해서도 불만족스러웠다는 후기를 올렸습니다. 그는 “치킨도 다른 때보다 질기다. 막 잘랐는지 크기도 엄청 크고, 맛도 별로다”며 “집에서 가까워서 여기로 주문하고 먹는데 이제는 이용 안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이에 치킨집 사장님은 답글을 달아 치킨 포장이 늦어진 이유와 홀에 있던 할머니가 맨발로 있던 사연 등을 상세히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B씨가 불편을 느낀 점들에 대해 정중히 양해를 구했습니다.

사장님은 먼저 포장 시간이 지연된 것에 대해 사과의 말을 전했습니다. 그는 “포장 주문은 15분을 잡지만 실제로는 17~18분 정도 걸린다. 5분 정도 차이 나는 것은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공지방에도 관련 글을 올렸다”고 했습니다.

또 홀에 할머니가 맨발로 계셨다는 지적에는 “저희 어머니다. 치매가 조금 있다. 80대 중반이시고, 가족이 돌보고 있어서 하루를 제가 봤다. 집에 아무도 없던 날이라 불안해서 가게로 모시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치매가 있어서 집 밖으로 나가시면 영영 못 찾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날 홀 손님을 많이 안 받았다. 가족이 먼저인 점 이해 부탁드린다. 그리고 매장이 세스코에 가입돼 있어서 어머니가 잡은 건 모기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치킨 맛에 대해서는 “소비자분이 특정 메뉴가 딱딱하다고 해서 레시피를 조금 바꿨다. 며칠 전 다시 전 직원 테스트를 했고, 얇게 튀기기로 했다. 치킨 커팅 문제는 본사에서 물건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불쾌한 점이 많았다면 너그럽게 봐달라”고 덧붙였습니다.

A씨는 해당 사연을 올리며 “이런 분들이라면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하실 것 같다. 힘든 시기에 자영업자 모두 파이팅이다”라고 글을 마쳤습니다.

A씨의 글을 본 자영업자들 또한 사연 속 사장님에게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손님으로 식당을 방문했을 때 무언가 거슬리는 점을 발견한 경험이 다들 있으실 텐데요. 알고 보면 가게 사장님만의 피치 못할 사연이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만 마음을 열고 관대하게 바라보면 어떨까요?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