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구 석학이 진단한 한국 저출생 문제 결정적 원인

입력 2023-10-24 16:26 수정 2023-10-24 16:47
야마다 마사히로 일본 주오대학 문학부 교수가 24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주관한 세미나에 앞서 한국 취재진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마다 마사히로 일본 주오대 문학부 교수가 한국 저출생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일본보다) 저출생이 문제가 된 지 얼마 안 됐고, 고령화율이 아직 10%대니까 앞으로 잘하면 반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골든타임”이라고 24일 밝혔다.

야마다 교수는 ‘과도하게 남의 눈치를 보며 자녀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려는 문화’ ‘극심한 경쟁’ 등을 한국 저출생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 정부를 향해 저출생 관련 대책을 세울 때 ‘사회적인 금기’를 깰 용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야마다 교수는 이날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주관한 세미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저출생 문제 원인과 해법을 제시했다.

야마다 교수는 일본 인구 분야 석학으로, 결혼과 가족·젠더·청년 문제 등을 연구해왔다.

그는 ‘패러사이트 싱글’(경제적인 독립을 이루지 못한 채 부모에 기대 사는 미혼자)와 ‘콘카츠’(결혼 활동)라는 용어를 만들어 일본에서 주목을 받았다.

야마다 교수는 “아이가 고생을 하거나 비참한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건 동아시아 국가 부모 공통된 특징”이라면서도 “그런데 한국과 중국은 경제성장이 가파르게 이뤄져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체면 지키기’ 수준이 일본보다 더 높다”고 지적했다.

야마다 교수는 이어 “일본은 앞서 30년 정도 경제성장이 지체되면서 아이들에 대한 부모 지원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며 “하지만 한국은 가파른 성장을 겪으면서 아이들에게 돈을 더 써야 덜 부끄럽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녀에게 더 좋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이 출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야마다 교수는 또 ‘교육비’를 한국 저출생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 뒤 “자녀 교육비를 많이 들일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야마다 교수는 일본 정부 저출생 대책을 ‘대실패’라고 혹평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일본은 그나마 행복하게 쇠퇴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마다 교수는 “일본 젊은 층은 포기한 채로 현실에서 경쟁하려 하지 않으니 행복하다. 반면 한국은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사회에서 배제돼 비참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 고령화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야마다 교수는 “지금 손 쓰지 않으면 한국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일본을 추월해 역프라미드 인구구조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 연금으로 고령화 문제에 얼마나 대응할 수 있을지 잘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고령화율)은 2012년 11.0%에서 지난해 17.0%로 크게 늘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