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과 짜고 남편에 강도짓…“나 죽이려해 먼저” 주장

입력 2023-10-24 08:08
국민일보DB

지인과 공모해 남편을 상대로 강도상해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여성이 혐의를 부인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송석봉)는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53·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 앞에서 장사하던 B씨(51)를 알게 됐고, 남편(60)과의 불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다. 이후 B씨의 제안으로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 3억원을 빌려주고 치킨집을 함께 운영했다.

하지만 동업으로 운영하던 치킨집은 2021년 6월쯤 손해만 보고 폐업했다. A씨가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자 B씨는 “남편을 야구방망이로 때려 겁을 준 뒤 개인정보를 알아내 남편 명의로 대출받자”고 제안했고, A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A씨는 B씨의 지인에게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준 뒤 범행 당일에 아들과 함께 집을 비워줬다. B씨의 지시를 받은 공범은 지난해 2월 25일 오후 6시쯤 A씨의 집에 침입해 귀가한 A씨 남편을 향해 야구방망이를 휘두른 뒤 목을 졸랐으나 도리어 피해자에게 제압당해 실패하고 달아났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에게 남편이 흥신소에 나를 죽여달라고 의뢰했다는 말을 듣고 살해당하기 전에 먼저 공격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뿐, 재산상 이익을 취할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주장은 허황되고 납득하기 어려우며, 30년 동안 동고동락한 배우자를 상대로 철저한 계획하에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불량하다”면서 “피해자가 느꼈을 배신감과 충격, 두려움은 짐작하기도 어렵다”며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B씨 등이 남편을 상대로 강도상해 범행을 저지를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설령 인식했더라도 공범이 아닌 방조범에 불과하며 형도 너무 무겁다”며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2심은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공범이 집 안에서 범행을 저지를 수 없었을 것이며, 아들과 함께 피신함으로써 범행이 쉽게 실행되도록 했다”면서 “수사 단계에서 허위로 진술하며 공범을 숨기려 하는 등 죄책을 줄이려 한 점으로 볼 때 심신미약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범행 직후 도주했다 8개월 만에 붙잡힌 B씨에 대해서는 다른 사기 혐의 사건을 병합해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1년을 선고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