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민병대에 ‘美 공격 처벌 않겠다’ 독려”… 美첩보

입력 2023-10-24 07:39 수정 2023-10-24 07:48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 단체가 중동 주둔 미군 공격을 강화할 계획이라는 구체적인 정보를 미국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지원에 대한 이슬람 국가들의 반발을 이용하려고 이를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최근 중동 주둔 미군을 겨냥한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CNN은 23일(현지시간)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 단체는 이미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미군에 대한 드론 등 공격을 여러 차례 감행했다”며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지속함에 따라 같은 그룹의 공격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정보를 확보했다”고 복수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사방에서 적색등이 깜박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 당국자는 이란이 현재까지는 민병대 단체에 명시적 공격 지시 대신 공격 수행을 격려하는 차원의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관리는 이란이 민병대 단체에 “미국이나 이스라엘 목표물을 계속 공격해도 무기 공급 중단 등의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해선 이란 책임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봤다. 그러나 최근 중동 미군 기지에 대한 민병대 공격은 이란 책임이 더 명확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란을 직접 명시하고 압박에 나섰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중동 주둔 미군에 대한 드론 및 로켓 공격과 관련해 “이란이 공격을 명시적으로 명령했다는 정보는 없다”면서도 “사건에 책임 있는 단체들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고, 우리는 궁극적으로 이란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우리는 역내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며, 이것이 더 큰 분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 싶다”며 “더 큰 지역 분쟁을 보고 싶지 않지만, 우리 군대를 보호하는 데에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CS)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외신 기자단 브리핑에서 “우리는 지역을 불안하게 하는 이란 행동과 그들이 가하는 위협에 대해 간과한 적이 없다”며 “이란이 하는 일에 매우 주목해 왔고, 그들이 하마스와 헤즈볼라 같은 단체와, 이라크·시리아 민병대를 계속 지원하는 것에 간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최근 중동 지역에 군사 자산 투입을 늘린 것에 대해 “모두 이란에 관한 것”이라며 “우리는 분명 그들(이란)이 이들 단체에 갖는 영향과 고무 행위를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확전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미국이 이란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은 이란이 민병대 단체 등을 이용해 중동 긴장을 키우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카타르를 통해 강력한 입장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란이 직접 전투에 나설 가능성은 작지만, 대리인에게 공격을 지시하면 이란은 확전 위험을 관리하면서도 영향력과 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CNN에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미국과 파트너들은 이란과 이란 통제 및 영향력 아래 있는 단체들이 상황을 이용하려 해선 안 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이란에 보내는 데 모두 같은 입장”이라며 “이는 매우 확대되고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만의 메시지가 아니라 (파트너와) 공유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은 이스라엘군 작전 지도부에 조언을 제공하기 위해 해병대 3성 장군 등 여러 장교를 이스라엘에 파견했다. 해병대 특수작전을 맡아왔고,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ISIS) 소탕 작전에 참여했던 제임스 글린 중장도 포함됐다고 악시오스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글린 중장 등은 작전을 직접 지휘하지 않고 가자지구 지상전이나 하마스 지도부 제거 작전 등에 대한 군사적 조언을 제공한다고 악시오스는 설명했다.

커비 조정관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수행 중인 작전과 관련한 적합한 경험을 가진 미군 장교 몇 명이 그들의 관점을 공유하고 어려운 질문을 하기 위해 그곳에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