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하라”→“먼저 반성”…‘낮은 자세’ 달라진 국민의힘

입력 2023-10-22 11:40 수정 2023-10-22 12:09
서울 서강대교 남단사거리에 걸려 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국민의힘 현수막이 지난 20일 철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전국에 있는 '정쟁형 현수막'을 걷고 '민생형 현수막'을 내걸기로 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민생을 강조하면서 자세를 한껏 낮추고 있다. ‘정쟁 유발성’ 현수막을 더불어민주당에 앞서 철거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김예지 최고위원이 최근 라디오에서 당내 비주류인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을 포용해야 한다고 공개 발언한 점도 달라진 기류를 보여준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현수막 공해, 국민의힘이 먼저 반성한다”며 “언제 어느 곳에서도 민생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지난 3·8 전당대회를 통해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한 이후 국민의힘이 공식 논평에서 ‘먼저 반성한다’는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반성’이라는 표현은 민주당을 비판할 때 주로 사용됐다.

박 수석대변인은 “지난 20일부터 국민의힘은 경쟁적으로 내걸었던 정치 혐오성 현수막 철거를 시작했다”며 “난립한 현수막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물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불편을 초래했으며 정치 혐오를 조장하는 공해였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정쟁 유발성 당내 각종 태스크포스(TF)도 정리해 ‘정책’ 중심 정당으로 변화를 시작한다”면서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해 국민의 목소리를 더욱 진지하게 경청하고 대통령실과 정부에 민심을 여과 없이 전달해 주도적인 역할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울 서강대교 남단사거리에 걸려 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국민의힘 현수막이 지난 20일 철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전국에 있는 '정쟁형 현수막'을 걷고 '민생형 현수막'을 내걸기로 했다. 연합뉴스

민주당과의 협치 의지도 드러냈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치 혐오성 현수막 철거) 후속 조치로 법 개정을 위해서도 민주당과 전향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3일 당무에 복귀한다는 소식과 관련해서는 “부디 국민의힘의 민생 최우선 행보에 민주당도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2기’ 체제에 합류한 김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YTN라디오에서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을 포용해야 한다고 당에 촉구해 이목을 끌었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인 김 최고위원은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김 최고위원은 “민주주의 정당이라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도 감싸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발전적인 방향이라면 얼마든지 포용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잘 판단을 해야 될 것 같다”며 “포용해서 발전적인 부분인지 아닌지를 지혜롭게 판단해야 될 필요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