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이스라엘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수교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라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하마스는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가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공격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한 선거운동 모금행사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로 넘어간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사우디아라비아인들과 함께 앉으려는 참이란 걸 그들이 알았던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그거 아느냐, 사우디는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길 원했다”며 “조만간 이를 공식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외교가 안팎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사우디와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지난달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항공로 개설에 합의하는 등 수교를 위한 접촉을 꾸준히 진행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를 적극적으로 중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당신의 리더십 아래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역사적인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공격했고, 이스라엘·사우디 간 수교 논의도 자연스레 중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조속하고 안전한 인질 석방을 위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을 미뤄야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더 많은 인질이 자유의 몸이 될 때까지 지상전을 미루길 원하나’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질문을 잘못 들어 그렇게 대답한 것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벤 러볼트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는 질문 전체를 듣지 못했다. 그 질문은 ‘더 많은 인질이 석방되는 걸 보고 싶습니까’로 들렸다. 그(바이든)는 다른 어떤 것에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상전 연기 관련 부분은 듣지 못한 채 ‘인질이 더 많이 풀려나길 원하냐’는 말만 듣고 답변을 하는 바람에 실제 입장이 잘못 전달됐다는 뜻이다.
로이터 통신은 “전용기 탑승계단을 엔진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오르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 기자가 질문을 외쳤고, 바이든 대통령은 잠시 멈춰서 ‘그렇다’고 말한 뒤 비행기에 탑승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이스라엘인과 미국인 등을 비롯해 200명 이상이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혀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과 카타르를 통해 인질 협상을 해왔다.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은 이날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미국인 모녀 두 명을 이날 석방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