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갈륨, 게르마늄을 수출 통제 대상에 넣은 데 이어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구상흑연 등 고(高)민감성 흑연의 수출을 추가로 통제하기로 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업계에도 파장이 우려된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세관)는 20일 ‘흑연 관련 항목 임시 수출 통제 조치의 개선·조정에 관한 공고’를 발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이번에 수출 통제 대상이 된 품목은 고순도(순도 99.9% 초과), 고강도(인장강도 30Mpa 초과), 고밀도(밀도 ㎤당 1.73g 초과) 인조흑연 재료와 제품 구상흑연과 팽창흑연 등 천연 인상흑연과 제품이다. 수출 통제는 올해 12월 1일부터 적용된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기존에 임시 통제됐던 구상흑연 등 고민감성 흑연 품목 3종을 이중용도 품목(민간 용도로 생산됐으나 군수 용도로 전환 가능한 물자) 통제 리스트에 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철강·야금·화학공업 등 국민경제 기초산업에 주로 쓰이는 용광로용 탄소전극 등 5종의 저민감성 흑연 품목에 대한 임시 수출 통제 조치는 취소한다”며 “이미 관련 국가·지역에 (변경 조치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변인은 “특정 흑연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으로, 중국은 세계 최대의 흑연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서 장기간 비확산 등 국제적 의무를 확고하게 이행해왔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최근 중국 정부는 ‘수출통제법’ 규정에 따라 흑연 품목 임시 통제에 대한 전면적인 평가를 진행했고, 조정을 결정했다”며 “(수출 통제는) 비확산 등 국제적 의무 이행과 글로벌 공급망·산업망의 안전·안정 보장, 국가 안보와 이익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수출 통제의 정상적인 조정은 어떤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며 “관련 규정에 들어맞는 수출은 허가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흑연은 이차전지 음극재 원료로, 한국의 경우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은 탓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 기준 인조흑연의 87%, 천연흑연의 72%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8월부터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 관련 품목의 수출을 통제하고 나섰다. 이번에 흑연까지 틀어쥔 것은 미중 갈등 속에 산업용 핵심 광물을 무기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갈륨·게르마늄의 경우 수출 허가에 시간이 걸려 통제 첫 달인 8월 중국의 수출량이 ‘제로’(0)로 떨어진 바 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