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피란민 위로한 ‘K 라면’의 힘

입력 2023-10-19 18:07
예루살렘교회 제공

18일(현지시간) 저녁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서쪽 20㎞ 떨어진 쇼레쉬 지역의 임시숙소인 ‘모샤브’. 한인들로 구성된 예루살렘교회(채완병 목사) 성도 10여명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떠난 피란민들을 위로하는 특별한 식사를 준비했다.

메뉴는 현지인이 평소 접하기 힘든 한국 제품의 라면. 피란민 50여명은 고달픈 피란 생활을 잠시 잊고 따뜻한 라면을 후후 불어먹으면서 웃음꽃을 피웠다. 현지 청소년들은 “‘K(한국) 드라마’에서 본 음식”이라며 신기해했다. ‘한국 스타일’로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이도 있었다.

이들은 이·팔 전쟁이 촉발된 가자지구 접경 지역 도시인 스데로트에 있는 생명의도시교회(미카엘 베에네르 목사) 성도들이다. 지난 7일부터 로켓으로 집중포화를 맞은 스데로트는 무장정파 하마스의 습격으로 지역 대부분이 피해를 입었다.

예루살렘교회 제공

베에네르 목사는 기적적으로 하마스의 공격을 피해 성도들과 함께 탈출했다. 베에네르 목사가 2000년 개척한 생명의도시교회는 평소 지역 봉사와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며 ‘메시아닉 주(Messianic Jew) 공동체’를 일구고 있다. 메시아닉 주는 유대인이면서 예수를 구세주로 고백하는 이들을 말한다.

베에네르 목사는 “옷과 음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예루살렘교회 식구들이 가장 먼저 달려와 따뜻한 음식으로 섬겨주셔서 큰 격려가 됐다”며 “우리와 함께 해주는 공동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채완병(왼쪽) 예루살렘교회 목사와 미카엘 베에네르 생명의도시교회 목사. 예루살렘교회 제공

이·팔 전면전이 심화하는 절망 속에서도 기도와 구제, 사랑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표적 한인교회인 예루살렘교회는 극심한 고통 중에 있는 피란민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며 본격적인 구호 사역에 돌입했다.

예루살렘교회는 현지 비영리법인 ‘한이동아리’를 세워 문화 선교 등으로 현지인을 만나고 있다. 한이동아리는 이스라엘에서 교회 이름을 드러내기 어려운 상황일 때 공식적인 봉사 활동과 문화 사역들을 할 수 있도록 접촉점 역할을 톡톡히 한다. 매주 화요일 진행하는 ‘베들라면’ 사역은 현지인에게 라면을 대접하면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며 간접적인 문화 선교 역할을 한다.

예루살렘교회 제공

피란민 사역은 평소 진행한 베들라면 사역의 연장선에서 진행됐다. 전쟁이 터지기 직전 선교 및 성지순례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대전 새하늘교회(윤수현 목사)가 헌물한 480여개 라면이 마중물이 됐다. 채완병 목사는 “이·팔 전쟁이 터진 후 베들라면 사역도 잠시 중단됐는데 하나님은 피난 온 현지교회 공동체를 위로하는 일에 이 사역을 사용하셨다”고 말했다.

예루살렘교회는 현지인들이 스데로트로 돌아가기 전까지 매주 한 끼 식사를 섬기기로 했다. 오는 28일에는 생명의도시교회 성도들과 연합예배를 드린다. 채 목사는 “어려운 상황 가운데 예수님을 믿는 이들이 연합해 하나님께 이 땅의 평화를 위한 기도를 드리며 예배를 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