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전 부인과 불륜관계가 의심된다며 10년지기를 살해한 60대 남성이 징역 15년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68)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대법원은 “A씨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범행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상고 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6일 오전 10시55분쯤 대구 달서구에 있는 부동산 사무실에서 B씨(67)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와 자신의 전 부인 간 관계를 추궁하다가 흉기로 그를 수차례 찔렀다. B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지만 몇 시간 뒤 숨졌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두 사람은 10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A씨는 B씨 사무실 일부를 임차해 옷 수선 가게를 운영했다. A씨가 6년 전 B씨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서 이혼한 전 부인 이름을 우연히 본 게 화근이 됐다. 두 사람이 자신 몰래 사귀고 있다고 의심한 것이다.
B씨는 자신을 의심하는 A씨를 향해 ‘당뇨병 등 이유로 관계가 불가능해 불륜이 이뤄질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얼마 뒤 ‘한 달에 한두 번 성관계를 맺는다’는 식으로 말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씨는 B씨가 전 부인과 사귀는 것으로 확신하고는 사건 당일 그를 추궁하다가 결국 흉기를 휘둘렀다. A씨는 범행 직후 경찰에 자수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해 오며 많은 도움을 줬던 피해자에 대한 근거 없는 오해와 질투를 참지 못한 채 흉기로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결했다. A씨는 “형량이 무겁다”며 즉각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스스로 자수해 잘못을 깊이 반성하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지만 살해하려는 확정적인 고의를 갖고 있었고 방법도 잔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