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서 ‘빅딜’을 주도하던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대표(CIO)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했다는 혐의로 19일 구속됐다. 고꾸라진 주가, 옛 경영진의 ‘먹튀 논란’, 자회사 구조조정 등으로 카카오는 최대 위기에 몰렸다.
배 대표는 카카오의 굵직한 인수·합병(M&A)을 도맡으면서 핵심 인력으로 성장했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04~2015년 CJ에서 근무하며 미래전략실 부장을 지냈고, 2015년 카카오에 ‘빅딜 팀장’으로 합류했다.
배 대표가 주목받은 건 지난 2016년 1월 음원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주도하면서다. 1조8700억원을 투입한 거래를 바탕으로 카카오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로엔 인수 뒤 카카오 음악 사업의 매출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카카오는 2021년에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사들였는데, 이때도 배 대표가 관여했다. 그는 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의 자금 조달에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1조4000억원가량을 ‘베팅’해 SM의 최대주주로 올랐다. 경쟁 상대였던 하이브가 SM 인수 중단을 결정하며 카카오의 승리로 결론나자, 배 대표는 본인 이름으로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잇단 빅딜에서 실행력을 인정받은 그는 같은 달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카카오의 SM 인수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사경은 카카오가 공개매수 전인 지난 2월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약 2400억원을 투입해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렸다고 본다. 금감원에 주식 대량보유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면서 배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카카오 측 변호인단은 “혐의 사실 관련해서 법정에서 충실하게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특사경의 구속영장 신청 대상에서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제외됐다. 다만 업계에선 배 대표가 구속된 만큼 수사가 ‘윗선’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배 대표의 구속에 카카오 내부에선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현직 경영진의 리스크가 잇따라 터진 데 따른 직원들 불만도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카카오 노조의 집회가 잦아지는 이유도 경영진 실책에 대한 직원들 불만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를 떠난 남궁훈 전 대표는 올해 상반기 스톡옵션 행사로 94억원가량의 차익을 거둬 논란을 낳았다.
자회사 구조조정, 부진한 실적, 추락하는 주가는 카카오 위기론에 무게를 싣는다. 카카오 주가는 전날 2.34%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2%대 하락 중이다. 카카오 주가는 4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최근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0여명을 대상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