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벨루가(흰고래) 방류 촉구 시위를 벌인 활동가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활동가 8명을 업무방해와 재물손괴 혐의로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활동가들은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내 벨루가 전시 수조 앞에서 ‘벨루가 전시 즉각 중단하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접착제로 붙이고 벨루가 방류 촉구 시위를 약 1분간 벌였다.
이후 롯데월드는 “수조 외벽에 피해를 봐 7억원 상당의 재물손괴를 입고 생물의 불안정한 반응과 관람객 이용 피해가 발생했다”며 활동가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에 핫핑크돌핀스는 “롯데 측이 피해 사실을 과도하게 부풀려 벨루가 방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입을 막고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현수막을 붙이는 데 사용한 접착제는 문구점에서 파는 ‘3M’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쉽게 제거할 수 있는 접착제임에도 롯데 측이 의도적으로 피해를 부풀려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롯데 측이 주장한 재물손괴 등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활동가들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에 송치된 이들 중엔 10대 청소년도 1명 포함됐다. 롯데월드는 고소장 접수 이후 청소년에 대해서는 선처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시위 현장에 있던 10명 중 핫핑크돌핀스 대표 등 2명은 시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 불송치됐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2014년 개장 당시 러시아에서 수컷 벨루가 ‘벨로’, ‘벨리’와 암컷 ‘벨라’ 등 3마리를 들여왔다.
그러나 2016년과 2019년 벨로, 벨리가 각각 폐사하며 동물학대 논란이 일자 2019년 10월쯤 남은 벨라를 자연 방류하기로 했다.
롯데아쿠아리움은 지난해 말까지 벨라를 야생 적응장(생츄어리)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야생 적응장도 결정되지 않았고, 방류 약속 역시 지켜지지 않는 상태다.
핫핑크돌핀스는 “4년 전 (방류를) 약속했는데 이제 3년을 더 미루겠다고 한다. 방류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지난 13일 롯데월드몰 인근에서 벨루가 전시 중단과 방류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