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필수 의료과와 지방 기피 현상이 겹치면서 전국 9개 지방국립대 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이 1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대와 전북대, 전남대를 제외한 6개 국립대병원이 올해 단 한 명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도 뽑지 못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몇 년째 전공의 충원 0명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이 전국 9개 지방국립대 병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9개 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 30명 중 실제 충원된 인원이 3명뿐이었다는 의미다.
2018년 28명이던 전공의 합격자는 2020년 14명, 2023년 3명으로 급감했다.
충북대, 전북대, 전남대 등 세 개 국립대병원만 각 한 명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충원한 것이다.
나머지 6개 국립대병원은 올해 들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한 명도 채용하지 못했다. 더욱이 충남대병원은 2020년 이후 4년째, 경북대병원은 2021년 이후 3년째 충원을 못하고 있다. 경상대병원도 2년 연속 충원에 실패했다.
정원이 6명인 부산대병원도 올해 8월까지 뽑지 못했다. 부산대병원은 2018∼2019년에는 정원 6명을 모두 채워 충원율이 100%였다. 그러나 2020년 2명(충원율 33.3%)으로 급감했고, 2021년 4명으로 조금 늘었다가 다시 지난해 3명 채용에 그쳤다.
전공의 충원이 어려워지면서 진료 공백 완화를 위해 계약직 의사는 빠르게 늘고 있다. 전국 9개 국립대병원의 소아청소년과 계약직 의사는 2019년 11명에서 올해 9월 기준 77명으로 4년새 7배나 급증했다.
각 병원 한 명 수준이었던 계약직 의사가 10명대로 늘어나는 식이다.
계약직 의사는 진료교수, 촉탁의, 계약전임의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며 환자 진료를 목적으로만 고용된다. 연구 실적이 필요없고 의대생을 교육하지도 않는다.
이 의원은 연구활동 없이 진료 유지 등만을 목적으로 단기간 근무하는 계약직 의사 특성상 지방 국립대병원 소아 중증질환 대응 역량에 심각한 차질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더욱이 계약직 의사는 전임교수와 달리 정부의 총액 인건비 제한을 받지 않고, 전공의 부족으로 수요가 늘다보니 지역에 따라 전임교수직보다 연봉이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강원대병원과 경상국립대병원, 경북대병원, 전남대병원의 경우 2023년 연봉(1년 환산치 추정) 기준 기금교수, 임상교수 등 전임교수직보다 계약직 의사의 연봉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의원은 “소위 돈 안되고 고된 필수 의료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기피가 심화됨에 따라 지역 의료의 구심점이 되는 국립대병원마저 소아청소년 의료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출산과 저수가, 부모의 악성 민원, 잦은 의료분쟁 등이 초래한 복합적 위기인 만큼 범정부적 관심과 대책이 시급하게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