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짐 조던 법사위원장이 하원의장 선거에서 과반 득표를 얻지 못해 의장 선출이 불발됐다. 당내 이탈표가 20명에 달해 초유의 회기 중 하원의장 공백 상태가 장기화할 우려가 제기됐다.
조던 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미 하원 본회의 의장 선출 선거에서 200표를 얻는 데 그쳤다. 민주당 후보인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212표)보다 12표나 적었다. 두 후보 모두 당선에 필요한 217표에 미달했다.
공화당 의원은 221명에 달하지만 20명이 조던 위원장 선출을 반대했다. 후보로 지명됐다가 중도 사퇴한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원내대표가 7표,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6표를 얻었다. 조던 위원장은 투표에 나서지 않았다.
조던 위원장은 1차 투표 이후에도 당 의장 후보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그를 반대하는 공화당 위원들도 입장을 바꿀 뜻이 없다고 언급하며 의장 선출 실패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폴리티코는 조던 위원장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동료 의원들에게 설득을 독려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고 지적했다. 조던 위원장은 이날 2차 투표를 강행하려 했지만, 공화당 내 반대표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 이를 취소했다.
조던 위원장의 의장 선출 불발은 공화당의 내분을 반영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조던 위원장에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들은 케빈 매카시 전 의장이 축출된 방식이나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의장직에 도전했을 때 받은 대우 등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동안 소수 강경 우파 의원들은 주류 보수파를 당황하게 할 정도로 강경한 태도를 반복적으로 보여 왔다”며 “이번에는 주류 보수파 일부가 조던 위원장 선출을 거부하면서 이례적으로 힘을 과시했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는 이르면 18일 다시 본회의를 열어 의장 선출을 시도할 방침이다. 그러나 2차 투표 역시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서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은 지난 1월 선출 당시 당내 강경파 반대에 막혀 15차례 재투표를 거친 뒤에야 의사봉을 쥘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20억 달러 지원안 처리와 2024회계연도 예산안 협상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