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파주 용주골 철거 중단…법원, 건축주 손 들어줬다

입력 2023-10-18 06:28
지난 5월 기자회견을 열어 강제철거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파주 용주골 여성 종사자와 성노동자해방행동 회원들. 연합뉴스

경기 파주시의 성매매 업소 집결지로 유명한 ‘용주골’ 폐쇄 작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파주시의 강제 철거 방침에 제동을 걸면서 파주시의 폐쇄 작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18일 파주시 등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은 용주골 건축주들이 낸 ‘위반건축물 자진 시정명령 취소’ 가처분 신청을 최근 받아들였다.

법원은 “집행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다”며 “이 사건(본안) 판결 선고일 후 30일이 되는 날까지 파주시의 집행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앞서 파주시는 성매매 집결지 내 위반건축물 철거를 위해 올해 2월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불법 증축, 무허가 등 100여 개 건물을 파악해 소유주 등에게 자진 시정명령을 통보했다. 파주시는 1단계 정비 대상 32개 위반건축물에 대해 지난 7월 행정대집행 영장을 발부한 데 이어 강제철거에 돌입하려 했다.

하지만 법원이 용주골 건축주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파주시가 당장 강제철거에 나서기는 어렵게 됐다. 이제 시작 단계인 본안 소송이 끝나려면 보통 7∼8개월 정도 소요된다. 이에 파주시 관계자는 “본안 소송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서 내년 철거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용주골 건축주와 성매매 종사자, 시민단체 등은 파주시의 강제 철거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는 앞서 지난 5월 기자회견을 열고 “용주골은 단순히 성매매 집결지가 아닌 몇십 년 동안 일하고 삶을 가꿔온 성 노동자의 ‘생활 터전’”이라며 “그 누구도 자신의 생할 터전에서 강제로 추방당해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파주시는 행정대집행을 계획하면서도 건물이 부서진 뒤 집과 직장을 동시에 잃을 성 노동자를 위한 이주 보상 대책은 만들지 않았다”며 “조례지원을 만들었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이는 행정상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기만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