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맡은 학교폭력 피해 사건에 수차례 불출석해 재판에서 패소한 권경애 변호사를 상대로 피해자 유족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법원이 강제조정 절차를 밟기로 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피해자 모친 이기철씨가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대해 강제조정을 하기로 했다. 권 변호사는 이날도 조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았고 대리인을 통해 의견을 냈다.
딸의 영정을 안고 법원에 출석한 이씨는 취재진에게 “강제조정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권 변호사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보여주길 바란 것인데 권 변호사는 제게 지금까지 한번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제조정은 민사 소송에서 법원이 사건 당사자들의 화해 조건을 정해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다. 한쪽이라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식 재판 절차로 넘어간다. 법원이 제시한 강제조정안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권 변호사는 2016년 이씨가 딸의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을 대리했다. 이씨는 1심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권 변호사가 2심에서 변론기일에 세 차례 불출석해 지난해 11월 패소했다. 권 변호사는 패소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유족 측이 상고하지 못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노쇼 패소’ 사실이 언론 보도 등으로 알려지자 이씨는 올해 4월 권 변호사 등을 상대로 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지난 7월 이 소송을 조정에 회부했다.
권 변호사 측은 이날 조정에 앞서 “원고(이씨)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했고, 2심 패소 판결을 고지하지 않아 상고할 권리를 침해했다는 원고 측 주장을 전반적으로 인정한다”면서도 원고 청구를 기각해달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답변서에는 “원고가 이 사건을 언론에 공표해 피고가 받은 정신적 충격도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