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40만원, 장례비 800만원’ 남기고 떠난 광주 모녀

입력 2023-10-17 05:40 수정 2023-10-17 09:57

모녀 관계인 80대 할머니 A씨와 딸 50대 B씨가 16일 오전 광주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집 안에서는 채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유서와 함께 관리비 명목의 40만원, 장례비 명목의 800만원이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16일 오전 5시37분쯤 광주 북구 연제동의 한 아파트 지상 화단에 모녀가 쓰러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신고했다.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모녀는 이미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이들은 이 아파트 17층에 거주하고 있었다.

집 안에서는 모녀가 남긴 유서가 발견됐다. 채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녀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은 아니었지만 2019년 부친(남편)이 별세한 뒤 남긴 채무를 갚고 있던 중으로 전해졌다. 또 유서에는 ‘장례를 잘 치러 달라’는 취지의 당부도 있었다.

유서와 함께 현금도 일부 발견됐다. 관리비 명목의 40만원과 장례비 명목의 800만원이 집 안에 있었다.

경찰도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등 범죄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창문이 열려 있고, 창문 아래 의자가 놓인 점 등을 토대로 두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