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지하 침수 대책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2만 가구 이상의 서울 소재 반지하 주택이 침수 위험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부족으로 지상층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일시 중단되는 등 반지하 주거 안전성 확보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소재 반지하 주택 2만3221가구는 침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반지하 가구에 지상층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이사비를 지원하는 등 주거 상향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지난 8월까지 지상층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를 마친 반지하 거주자는 3060가구에 불과했다. 여전히 서울 거주 반지하 가구의 86.7%는 침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반지하 가구의 주거 상향이 더딘 이유 중 하나는 빠듯한 예산이다.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 예산 조기 소진이 전망되자 지난 5~8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 임대주택 공급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반지하 거주자들이 이사할 수 있는 지상층 공공임대주택이 확보되지 않았고, 이 기간만큼 반지하 가구의 지상층 이주가 지연됐다.
현실과 괴리된 매입 기준도 더딘 주거 상향에 영향을 줬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반지하 주택 매입에 나섰다. 다세대·연립 주택의 경우, 1개 동의 절반 이상을 살 수 있을 때만 매입을 허용하는 등의 조건을 따랐다. 대부분의 반지하 공간이 위치한 다세대·연립 주택은 집주인이 여러 명인 경우가 많아 이들의 동의를 모두 받기 어려워 매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서울시는 국토부와 협의를 거쳐 지난 7월 다세대·연립 주택의 반지하는 세대별로 매입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으나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23만 가구에 달하는 모든 반지하 주택의 지상 이주가 쉽지 않은 만큼 침수방지시설 설치도 병행 중이다. 서울 소재 반지하 가구 중 침수방지시설 설치가 시급한 고위험 침수 가구는 2만4842가구로 추정된다. 물막이판, 수중 펌프 등 침수 방지시설과 개폐식 방범창, 침수경보기 등 피난 시설을 이들 가구에 설치할 수 있도록 329억원의 재난관리기금이 마련됐다. 그러나 이 중 집행된 금액은 49억원(14.8%) 뿐이다.
이에 내년 장마철이 오기 전 반지하 가구의 안전한 주거 환경 확보를 위해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의원은 “재해 예방을 위한 개폐식 방범창 및 물막이판 설치 사업 등의 실적이 저조하다”며 “반지하 가구의 주거 안전망 확보를 위해서라도 서울시와 각 자치구의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