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투자 기업 어쩌지… ‘스타트업 성지’ 흔들리나

입력 2023-10-16 06:01 수정 2023-10-16 06:01
국민일보DB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충돌 여파가 국내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현대차그룹, 삼성, LG전자 등 기업들은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의 인텔 공장이 멈추면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수요 둔화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내 기업 중 현대차그룹이 가장 이스라엘과 연관이 깊다. 2017년 현대차에 탑재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를 개발한 인텔의 ‘모빌아이’가 대표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스라엘 모빌아이 본사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센서인 라이다 기술을 보유한 ‘옵시스’, 이스라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알레그로.ai’, 무인기와 로봇이 검사, 비상 대응, 보안을 자동화할 수 있게 해주는 ‘퍼셉토’, 초저가 수소 생산 기술 스타트업 ‘H2프로’ 등 여러 이스라엘 스타트업들과 맞손을 잡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이스라엘 최대 스타트업 연례행사인 ‘에코모션 위크 2023’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텔아비브에 글로벌 혁신을 위해 ‘크래들 텔아비브’를 설립해 전략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 활동 등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크래들 텔아비브’ 주재원은 한국으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채용 직원들은 재택근무 형태로 전환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해외 스타트업 투자 법인인 ‘삼성넥스트’.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해외 스타트업 투자 법인인 ‘삼성넥스트’는 이스라엘에 사무소를 가지고 있다. 삼성넥스트가 현지 스타트업에 투자한 곳은 AI 반도체 스타트업 ‘뉴리얼리티’를 포함해 66곳에 달한다. LG전자도 밖으로의 혁신을 위해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2021년 자동차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사이벨럼’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전쟁이 장기화하면 한국의 주력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5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국내경제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우리나라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0.4%(올해 1~8월 기준) 수준이다. 그러나 브롬(Br) 광물과 항공기용 무선 방향 탐지기 등 8개 품목의 의존도가 90%를 웃돈다.

특히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10% 상승하면 국내 기업의 생산 비용이 0.67% 올라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스라엘에 있는 인텔 중앙처리장치(CPU) 공장을 비롯한 첨단 분야 기업 운영이 중단될 경우 반도체 수요 둔화로 인해 반도체 업황 회복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
이스라엘 수입의존도 상위 품목(2023년 1∼8월 기준). 한국무역협회 제공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애플, IBM 등 해외 빅테크 기업들도 현지에 법인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해 현지 자본이 빠지고 투자 유입이 급격히 줄어 스타트업들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는 위기론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스타트업의 성지’로 불린다. 현재 약 7000여개의 스타트업 중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100여개다.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상장돼 있다. 또 세계 유니콘 탄생기업 수의 약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이스라엘 스타트업 분야 중 가장 많은 부분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산업이 가장 큰 투자를 받고 있다. 현지 벤처캐피털(VC)들의 투자금액도 상당한데, 이들 투자금액이 GDP(국내총생산)의 35~38%에 달해 세계 1위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