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나치 독일과 유사”

입력 2023-10-14 14:05 수정 2023-10-14 14:2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봉쇄를 과거 나치 독일의 ‘레닌그라드 봉쇄’에 비유하며 “용납할 수 없다”고 13일(현지시간)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일각에서 이스라엘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레닌그라드 봉쇄와 비슷한 군사적·비군사적 조치를 하려고 한다고 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뒤 가자지구를 봉쇄한 이스라엘을 독일의 나치 정권에 비유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은 소련에 전면전을 선포하며 침공해 레닌그라드를 872일 동안 포위·봉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전례 없는 공격을 받았지만 매우 잔인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가자지구의 모든 사람이 하마스를 지지하는 것은 아닌데, 여성과 아이를 포함해 모두가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라고 물으면서 “이에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지상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자 CIS 정상회의 연설에서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벌이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민간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멈추기 위해 중재자로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조기 휴전과 상황 안정화를 위해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러시아는 모든 건설적인 생각을 가진 파트너들과 기꺼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양측의 분쟁 해결의 목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공존이라면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