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유튜버 김용호씨가 사망 전 “제 존재 때문에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피해받는 게 제일 싫었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남겼다.
김씨는 12일 오후 유튜브 채널 ‘KNL 강용석 나이트 라이브’에 유언으로 추정되는 48분17초 길이의 영상을 남겼다. 화면은 검게 가린 채 육성만 내보냈다.
김씨는 “‘제 마지막 메시지를 많은 분이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저는 이제 사라지겠다”고 했다. 이어 “감사했고, 특별히 억울해하거나 슬퍼할 필요는 없다”며 “제가 이렇게 선택하는 이유도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받는 게 싫어서”라고 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1시쯤 부산 해운대구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2019년 7월 부산 해운대의 한 고깃집에서 여성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해 전날 부산을 찾은 상태였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해당 판결과 관련해 “저도 좀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생각해보니까 결국은 다 제 문제인 거 같다”고 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제가 잘못했고, 제가 자기 관리 못 한 것”이라며 “뭐 제가 아무리 ‘이거는 이렇습니다. 저거는 이렇습니다’ 설명해봤자 구차한 변명일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선 “‘억울하고 힘들다’보다는 ‘잘못했다. 내가 더 철저하게 자기 관리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반성하고 죄송하다’ 이런 얘기를 해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아울러 김씨는 “저는 평생 좀 외로웠고, 제가 사람을 좋아해서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했는데, 제가 진심으로 아낀 사람들이 저를 비난하고 저에 대해서 폭로하는 걸 봤을 때 솔직히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화도 났는데, 어쨌든 제가 부족한 사람이어서 그랬다는 걸 알고선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연예인을 협박해 수억원을 받아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상황이었다.
김씨는 2020년 8월부터 복수의 연예인을 상대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부정적인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한 뒤 이를 덮어주며 수억원에 이르는 금전적인 대가를 받은 혐의를 받았다.
김씨는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건, 이제는 서로 극단적으로 갈등하지 말고 상대방 입장을 조금이라도 공감해주라는 것”이라며 “최소한의 공감만 있어도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영상 말미에 “제발 저는 잊어주시고, 용서해주시고 그래도 진정성을 조금 이해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면 분노와 억울함을 표출하지 마시고 그냥 ‘김용호 연예부장은 자기 역할을 끝내고 사라졌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해해주시고. 감사합니다. 안녕”이라는 말로 영상을 마쳤다.
김씨는 스포츠월드 기자 출신으로 유명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유튜브 채널 ‘김용호연예부장’과 ‘KNL 강용석 나이트 라이브’에 출연하기도 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