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극심한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매년 반납하는 국고보조금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느슨한 예산 편성과 허술한 집행의 비뚤어진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광주시의회 예결특위에 따르면 시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국고보조금 액수는 2018년 170억원에서 2019년 266억원, 2020년 465억원, 2021년 773억원에 이어 지난해 780억원으로 5년 사이 4.6배 급증했다.
전체 국고보조금 대비 반납률 역시 같은 기간 1.5%에서 3.11%로 2배 이상 뛰어올랐다.
대표적인 국고 반납사업은 호남권 감염병전문병원 건립으로 지난해에만 64억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국고로 돌려보냈다. 해당 사업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이 2017년 8월 조선대병원을 사업집행 병원으로 지정한 이후 6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시는 2020년 병원시설을 완공해 이듬해부터 코로나19와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등에 대비한 감염병전문병원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교육부 부지사용 승인과 KDI(한국개발연구원) 경제성 조사 등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광산구 비아동에 건립을 추진 중인 서부권 노인복지센터 역시 당초 예상한 토지 보상비를 감당하지 못해 올해 확보한 국비 52억원을 국고로 돌려줘야 할 상황이다.
아시아 최대의 문화복합시설로 건립된 국립아시아전당과 월봉서원을 묶어 관광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문화사업의 초기 예산과 문화체육관광부 생활권 SOC공모사업으로 선정된 효령국민체육진흥센터도 올해 확보한 국비를 토해내야 할 처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여러 사정으로 국고보조금을 전액 반납한 주요 사업은 직장어린이집과 공용주차장 건립, 지진안전시설물 인증 지원, 임산물생산단지 규모화, 시도 심뇌혈관예방관리사업, 노숙인 재활시설 프로그램 지원, 영산강 하천 체육시설 조성 등이다.
이밖에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한 신창동 장애인회관 건립사업도 현재 실시설계 용역 단계에 머물러 제 때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애써 확보한 국비 17억원을 반납해야 한다.
임의적 예산 편성과 원칙 없는 집행으로 국고보조금을 원활히 쓰지 못하고 토해내는 악습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는 국비와 시비를 5대5 등으로 배합하는 일부 현안 사업의 경우 중앙 정부의 뒤늦은 국고보조금 배정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어 반납하기도 했다는 입장이다. 국고보조금은 중앙 정부가 지자체의 원활한 행정수행을 돕기 위해 특정 용도를 지정해 지급하는 국가 재원이다.
시는 올해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난으로 긴축 재정에 돌입한 상황이다. 지난달 정부의 국세 수입 재추계 결과를 토대로 보통교부세 2035억원과 지방세 2818억원의 감소가 예상되자 4853억원의 세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재정운영을 비상체계로 전환했다.
이명노 시의회 예결특위 위원장은 “국고보조금 반납 비율과 반환금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예산 추산과 집행 과정을 더욱 꼼꼼히 살펴 국비 반환금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재정 운영의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