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름으로 밝혀 온 백년의 촛불
-김남조金南祚 시인 영전에
김영진 시인
사랑을 쓰려고 세상에 온 시인이었다
기도와 성찰로 씻기운 영혼이었다
모국어의 담금질로 지새운 세월이었다
백년토록 닳지 않는 목숨이었다
뿌리 깊은 나무에 핀 꽃이었다
샘이 깊은 물이 이룬 강이었다
강점기의 한복판에 태어나서
나라말씀 나라글을 온몸에 담아냈다
아직 목숨을 목숨이라 할 수 있는가
첫 시집 <목숨>을 펴내기까지
피 흘려 깎고 다듬어 온 시간 얼마인가
그날로부터 쉬지 않고 시와 싸웠어라
쉬지 않고 붓을 들어 시를 쓰면서
모국어의 제단 앞에 서 있는 마리아!
김영진 문학관 시비 정원 자문위원
김남조 시인을 눈물로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