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지위, 남성 중심 총회 높은 벽 넘을 수 있을까

입력 2023-10-11 16:42
주요 장로 교단 소속 여성 사역자들이 11일 서울 서대문구 공간 새길에서 열린 ‘2023 교단총회 성평등 모니터링’에서 교회 내 여성 사역자 지위 향상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주요 장로교단의 여성 장로와 목사들이 모여 교회 내 여성 지도력의 현실을 진단하고 역할 확대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11일 서울 서대문구 공간 새길에서 열린 ‘2023 교단총회 성평등 모니터링’에서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공동대표 방인성 박유미) 주최로 열린 이 날 모임에서는 지난달 열린 주요 장로교단 총회에서 다뤄진 성폭력 관련 안건과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헌의안 등의 처리 결과 등을 점검했다. 참가자들은 여성 관련 주요 이슈들이 남성 중심 총회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올해 총회 여성 관련 주요 안건으로는 여성 사역자 지위 향상과 성폭력대책위원회 설립·존속, 여성 총대 비율 확대, 육아휴직 확대 등이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일부 안건만 통과됐으며 대부분은 부결되거나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여성 총대 비율도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총회장 오정호 목사)는 여성에게는 목사 안수를 주지 않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총회장 김의식 목사)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성 총대 비율은 전체 2.7%(41명)에 불과하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전상건 목사)는 11.1%(68명)를 기록했다.

예장합동 총회는 여성사역자지위향상 및 사역개발위원회를 상설위원회로 개편하고 여성에게 강도사 고시 응시 자격을 부여하기로 한 안건을 통과시켰다가 하루 만에 번복하기도 해 빈축을 샀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박유미 공동대표는 “번복 사태는 예장합동 총회가 여성 사역자를 무시하고 있다는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보고 있다”며 “총회 내에서 활동하는 여성 지도자들이 없어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고 판단하는데 여성계 모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장 총회도 여성 총대 비율을 15%로 확대하자는 안건이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총대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결국 부결됐다. 총회 현장에서는 여성 총대가 발언하는 도중 “여성은 조용하라”는 몇몇 남성 총대의 발언이 나와 충격을 주기도 했다.

기장 총회 소속 김하나 목사는 “더이상 여성 총대 할당제가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목회 현장에서 무게 있는 주제로 존중받고 여성 지도력 확대를 위한 운동으로 확장돼야 한다”면서 “교회는 여성들이 안전하게 사역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