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고발 표예림씨…극단선택 전 명예훼손 등 고소 당해

입력 2023-10-11 13:08 수정 2023-10-11 14:29
학교 폭력 피해를 폭로하며 드라마 '더 글로리'의 현실판 주인공으로 주목받았던 표예림(27)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학교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개정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12년간 학교폭력을 당한 사실을 고발하며 드라마 ‘더 글로리’의 현실판 피해자로 주목받은 표예림(27)씨가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명예훼손 등 관련 고소를 당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표씨는 지난 9월 한 유튜버 A씨로부터 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고소당했다.

표씨는 학교폭력 피해를 폭로한 뒤 학폭 방지를 위한 법 개정 등을 호소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한 단체 소개로 알게 된 유튜버 A씨와 견해차를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표예림씨가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며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표씨는 지난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며 A씨와 주고받은 메시지 등을 공개한 바 있다. 이어 지난 10일 유튜브에 올린 마지막 영상에서 “(A씨가) 저를 저격하며 다중의 익명으로 인신공격과 흔히 말하는 조리돌림을 하고 있다”면서 “도를 넘어 제 학폭을 거짓이라 주장한다. 제가 피고소인에게 꼬리를 쳤다며 꽃뱀이라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표씨는 당시 “이젠 더 이상 고통을 감내하고 이겨낼 자신이 없다. 삶을 지속해야 할 어떠한 것도 남아 있지 않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고,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표씨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된 것은 지난 9월로 아직 조사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A씨에 대한 조사는 주소지인 서울의 관할경찰서에서 담당한다”고 말했다.

표씨에 대한 고소 사건은 피고소인인 표씨가 숨졌기 때문에 공소권없음으로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와 관련해 지목된 유튜버 측은 잘못한 게 전혀 없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A씨는 이날 올린 영상에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우리 채널은 표씨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명예훼손을 당해 법적 조치를 해 왔다. (표씨는) 법정 공방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계속되는 명예훼손 댓글과 장난전화, 모욕성 댓글에 대해서는 엄단할 것임을 알려드린다. 여러분이 아는 진실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터무니없는 거짓 사실로 누군가를 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 연제구에서 1인 미용실을 운영해 온 표씨는 유튜브 영상과 방송 등을 통해 학폭 피해를 호소한 이후 전국 학폭 피해자들과 연대해 활동해 왔다. 지난 4월에는 학폭 공소시효와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학폭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법 조항 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가해자는 표씨에 대한 학폭을 부인하며 표씨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고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표씨는 지난 10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성지곡수원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