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는 11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정율성 기념사업’ 시정명령 발동예고와 관련, ‘수용 불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자체에 대한 주무부장관의 시정 명령 조항을 담은 지방자치법 제188조의 구체적 해석과 적용범위를 둘러싼 첨예한 공방과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등 기념사업은 지자체 자치사무”라며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르면 자치사무는 위법한 경우에만 주무부장관이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정율성 기념사업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35년간 지속된 한중 우호교류 사업으로 위법한 사항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는 정율성 생가 터 복원사업인 역사공원 조성 사업 완공시기에 맞춰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전제로 종합적 운영계획을 수립해 추진한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가보훈부는 이날 광주시 등이 추진 중인 정율성 기념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빠른 시일 내에 기존 사업에 대해서도 시정조치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국가보훈부는 ‘정율성’이 6·25전쟁 당시 인민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북돋운 군가 팔로군 행진곡,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작곡하고 직접 적군으로 남침에 참여해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는데 앞장선 인물이라는 입장이다.
광주시와 광주 남구는 현재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과 ‘정율성 전시관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전남 화순군에는 정율성 고향집(전시관), 화순 능주초등학교에는 정율성 흉상과 벽화 등 기념시설이 있다.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은 “보훈부로부터 공문이 오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화순군도 전반적으로 사안을 검토해 기념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재 광주 동구 불로동에서는 논란의 중심이 된 정율성 역사공원이 수년째 조성 중이다. 앞서 남구 양림동에는 전시관과 최근 보수단체 회원이 훼손한 흉상 등을 갖춘 정율성로(路)가 이미 조성돼 있다.
국가보훈부는 정율성 기념사업이 독립유공자가 아니라 대한민국헌법 제1조, 국가보훈 기본법 제5조,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등에 따른 대한민국의 정체성 부인과 함께 조국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국가보훈부에서 정율성에 대한 독립유공자 공적을 심사한 결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활동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앞서 박민식 장관은 이날 오전 “대한민국 정체성에 배치되는 인물에 대한 기념사업의 설치, 존치는 용납할 수 없다”며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른 시정 명령을 즉각 발동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광주시와 국가보훈부가 각각 수용불가와 시정명령의 근거로 동시에 제시한 지방자치법 제188조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명령·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해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시·도는 주무부 장관이, 시·군·자치구에 대해서는 시·도 지사가 기간을 정해 시정을 명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취소·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