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기독교인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입력 2023-10-10 18:53 수정 2023-10-11 12:20
니달 아부 줄루프(Nidal Abu Zuluf) Joint Advocacy Initiative(JAI) 이사. 니달 아부 줄루프 이사 제공

팔레스타인의 기독교인들이 한국교회를 향해 기도와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팔레스타인 크리스천 국제평화운동 네트워크 카이로스의 위원인 니달 아부 줄루프(Nidal Abu Zuluf) Joint Advocacy Initiative(JAI) 이사는 현지 상황을 소개하며 한국교회를 향한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2017년 팔레스타인 중앙통계청(PCBS) 인구 조사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내 기독교인은 약 47,000명에 달한다. 팔레스타인 전체 인구의 2%에 해당한다. 크리스천들은 대부분 서안지구에 거주하고 있어서 지난 9일 벌어진 가자지구 공습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는 않았지만, 전쟁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달 이사는 10일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에서 평화와 인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연대해주기를 요청했다.

니달 이사가 근무하는 JAI는 YMCA와 YWCA 등 세계 교회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올리브 트리 캠페인 추진 단체다. 올리브 트리 캠페인은 이스라엘이 군사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지역에 올리브나무를 심어 토지 압류로 위협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토지 소유권을 지키는 비폭력 평화 운동이다.

9일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니달 아부 줄루프 이사 제공

-이번 충돌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팔레스타인에서의 무력 충돌의 원인은 이스라엘의 점령과 식민 지배에 기인합니다. 16년 동안 이어진 가자 지구의 포위로 인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와 권리가 절대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개방형 교도소’에서 살고 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은 모든 측면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억압하고 있습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스라엘이 이 모든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점령 지역에서는 항상 폭력의 물결이 발생합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피해 상황은?

“현재까지 이스라엘의 공습과 포격으로 약 69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으며 이 중 140명은 어린이입니다. 또한 3800명 이상이 다쳤습니다. 수많은 주택, 공공건물 및 빌딩이 파괴됐습니다. 전기 공급망도 이스라엘에 의해 파괴되거나 차단됐습니다.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가자 지구에 대한 완전히 폐쇄 조치를 발표했으며 음식, 연료, 의약품 및 어떠한 물품도 가자로 들어가지 못하게 합니다. 가자는 현재 기아 상태에 처해 있으며 서부사막 대부분의 도시는 이스라엘군에 의해 차단됐습니다. 몇몇 서부사막 도시에서는 충돌이 발생해 약 2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고 다수가 다쳤습니다. 연료 또한 제한적으로 공급되며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팔레스타인 마을과 재산에 공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9일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니달 아부 줄루프 이사 제공

-팔레스타인 기독교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은?

“팔레스타인 기독교는 팔레스타인 인구의 일부입니다. 우리 또한 같은 조건에서 살며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겪습니다. 우리는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기독교 공동체는 다소 작지만,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했던 친구의 가족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국제기구와 한국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폭력의 악순환을 중단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이 점령 국가로서 가자로 의학, 식품, 연료 등이 도달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해야 하며 인도적 지원 역시 빠르게 가자 주민에게 전달돼야 합니다. 현재의 점령 상황을 알고 자유와 평화의 의미를 안다면 한국교회도 정의와 평화를 기원하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을 종료하도록 촉구하는 명확한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올리브 트리 캠페인에는 지장이 없는지?

“한국에서 올리브 트리 캠페인을 지원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이것은 팔레스타인 농부와 전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연대 수단입니다. 올리브 나무를 후원함으로써 우리 주민들의 생계를 지원하고 사랑과 지지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올리브 트리 캠페인을 지원하는 것은 평화를 구축하는 행위이며 미래의 희망을 유지하는 일입니다.”

9일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니달 아부 줄루프 이사 제공

-한국 교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기독교의 가치는 가난한 사람들, 억압당하는 이들과 연대할 것을 지지합니다. 우리는 인권이 침해된 이들을 지지하고 정의와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연대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행동하고 진실을 말하고, 미래를 위한 더 나은 삶을 위해 행동해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정의와 평화를 위해 기도해줄 것을 촉구합니다.

팔레스타인은 기독교가 시작된 곳입니다. 이 땅이 억압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공정한 평화가 실현되고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합니다. 구약 시편 34장 14절은 ‘악을 버리고 선을 행하며 화평을 찾아 따를 지어다’라고 말합니다. 신약의 마태복음 5장 9절은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라고 말합니다. 성경의 가르침대로 한국교회와 팔레스타인 기독교 공동체 간의 연대와 평화를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