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020년 10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현금 3000만원을 건넸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돈 전달 과정을 10일 법정에서 재연했다.
정 전 실장 측은 ‘당시 검은색 모직 코트를 입었다’는 유 전 본부장 주장에 대해 “두툼한 양털 코트를 입는 시기가 아닌데 그 코트가 맞느냐”며 진술 신빙성을 파고들었다.
유 전 본부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 심리로 열린 정 전 실장 뇌물 혐의 공판에서 검은색 코트를 직접 입고 돈 전달 과정을 재연했다. 유 전 본부장은 돈 3000만원을 편지봉투 세 개에 나눠 담은 후 두 개는 코트 양쪽 안주머니에, 나머지 한 개는 바깥 주머니에 넣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실장은 2020년 10월 중순 경기도청 사무실에서 유 전 본부장을 만나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 자리에 캐비닛이 있었다. 안주머니 단추를 하나씩 푼 후 캐비닛 서랍을 열고 봉투를 넣었다’고 주장했다. 법정 증인석 서랍에 봉투를 넣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돈을 넣으니) 주머니가 빵빵해졌다. 가급적 짐을 최소화하려고 했었고, 지갑은 놔두고 휴대전화만 들고 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당시 2020년 10월인데 지금이 딱 그 시기”라며 “바바리코트나 좀 입지 두툼한 양털 코트를 입는 시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2020년에는 지금보다 10㎏ 정도 몸무게가 덜 나갔다고 하는데 저 옷이 아닌 것 같은데 맞나”라고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봉투를 넣을 때 단추를 잠근 기억이 확실히 난다. 저 옷이 맞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정 전 실장은 유 전 본부장에게서 2013년 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총 2억4000만원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실장은 유 전 본부장의 번복된 진술은 믿기 어렵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