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미국지사 소속 직원이 취업 영주권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동료와 회사 명의를 무단 도용한 사실이 발각돼 해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근 1년간 복무 기강 해이로 징계 처분을 받은 한수원 직원은 무려 30명에 달했다. 위험 시설인 원전 관리를 책임지는 한수원이 보다 철저한 내부직원 단속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 미국 현지법인 사무소에 파견을 나간 A씨는 지난해 10월 해임됐다.
2021년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한수원 미국지사에 근무한 A씨는 취업 영주권을 취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미국에서 취업 영주권을 따려면 동료나 상사의 평가 등을 미 노동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에 A씨는 동료 차장의 동의 없이 명의를 도용해 기초 설문서류를 작성했다.
취업 영주권을 발급받으려면 사업자가 직원이 필요해 구인 활동을 해보니 내국인 중에서는 적임자를 찾지 못해 할 수 없이 외국인을 고용해야 한다는 식의 증빙이 필요하다. 이에 A씨는 내부 승인 없이 허위 구인 광고를 게재했다. 이후 적임자를 선발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서류를 조작해 노동부에 냈다.
한수원은 A씨의 행위가 계획적이고, 악의적이라고 판단했다. 또 문서 위조나 회사 명칭 도용은 글로벌 기업인 한수원의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A씨를 해임 조치했다.
협력업체 직원을 향한 스토킹 범죄도 발생했다. 한수원 직원 B씨는 지난해 6월부터 두 달간 협력업체 직원에게 지속적으로 전화와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피해자가 연락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B씨는 지난 3월 해임됐다.
2019년부터 5년간 한수원 소속 직원 대상으로 처분된 징계는 총 149건 이었다. 이 가운데 정직과 해임 등 중징계는 48건에 달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징계도 7건이나 됐다. 본부 별로 나눠보면 고리 31건, 한울 28건, 한빛 16건, 새울 14건, 월성 11건 등이었다. 특히 한수원은 올 상반기에만 14건의 징계를 의결했다.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 공공기관 347곳 가운데 8번째로 많은 징계 건수다.
앞서 한수원 고리원전 소속 청원경찰인 C씨는 2021년 근무지인 출입통제소를 이탈해 발전소 취수구에서 낚시를 하다가 적발됐다. 그는 취수구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행동을 감추기 위해 하급자인 중앙통제실 근무자에게 전화로 취수구를 비추고 있는 CCTV의 방향을 돌리라는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 또 낚시를 했으면서도 마치 순찰을 한 것처럼 일지에 서명하는 등 순찰일지를 허위로 작성했다.
해당 사건 이후에도 근무 태만 등을 이유로 징계를 받은 한수원 직원들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달까지 약 1년 동안 27명의 직원이 복무 기강 해이로 징계 처분을 받았다. 2019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관련 징계가 8건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건수가 늘어난 것이다.
이인영 의원은 “한수원은 지난해 10월 고리원전 낚시 사건이 공론화 된 이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며 “과연 한수원이 직원들의 근무 기강을 바로 잡으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