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 주관업체 선정 과정에서 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강사에게 많은 업체를 우대하는 기준을 차별로 본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10일 “전북 소재 A장학재단에 방과 후 교육프로그램 주관업체 선정 시 특정 대학을 졸업한 강사 보유 업체를 우대하는 기준을 삭제할 것을 지난달 21일 권고했다”고 밝혔다.
전북 소재의 한 교습학원 원장 B씨는 지난해 10월 A재단에서 공고한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 주관업체 공개모집에 응모하려다 평가 항목 중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통칭하는, 이른바 ‘SKY대’를 졸업한 강사가 학원에 몇 명 있는지 적어야 하는 항목을 발견했다.
재단은 학원에 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강사가 많을수록 지원 업체에 가산점을 부여했다. ‘SKY대’ 출신 강사가 8명 이상일 경우 ‘A’(4점), 6∼7명 ‘B’(3점), 3∼5명 ‘C’(2점), 2명 이하 ‘D’(1점)을 부여하는 식이다. B씨는 이 같은 평가 항목이 학벌에 근거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재단은 “해당 항목이 14개 평가항목 중 하나로, 배점이 총 100점 중 4점에 불과하다”며 “실력 있는 강사에게 강의받고 싶어 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항목이 업체 선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권위는 ‘SKY대’와 같이 특정 대학을 나열해 우대 조건으로 정한 것은 학벌에 따른 차별을 조장하고 학벌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심사기준 상 ‘SKY대’ 졸업자를 다수 보유한 업체가 그렇지 않은 업체보다 우위에 서는 만큼 교육프로그램 주관 희망업체는 ‘SKY대’ 졸업자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해당 프로그램 주관 희망업체의 강사 채용 시 학벌에 따른 차별을 조장해 학벌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교육 프로그램에서 강사가 맡게 될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수업 역량과 특정 대학 출신이라는 사실 간의 상관관계가 명백히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면서 “재단의 선정 조건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서 규정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