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인지 헷갈려”…반성문 제출한 정유정에 재판부가 한 말

입력 2023-10-10 14:05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유정(23) 사건 재판부가 피고인들이 제출하는 반성문에 의문을 제기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 재판장인 김태업 부장판사는 10일 다른 사건 결심공판에 출석한 피고인 A씨의 잦은 반성문 제출과 정유정 사건을 함께 거론하며 “정유정도 계속해서 반성문을 써내고 있지만, 그게 반성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라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어 “본인이 생각하는 걸 표현하는 것까지 좋다”면서도 “반성문은 본인의 처한 상황을 되돌아보고 뭐가 잘못됐는지, 본인 심정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앞으로 어떻게 생활하겠다는 내용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재판부에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유정은 첫 공판준비기일을 앞둔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반성문을 13번에 걸쳐 제출했다.

정유정은 판사가 반성문을 제대로 읽을지 의심하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와 관련해 “반성문을 제출하면 판사가 반성문을 구체적으로 다 읽어본다”며 “본인이 써낼 게 있다면 어떤 것이든지 써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또 정유정에게 출생과 성장 과정, 범행 당시 심경과 범행을 결의한 계기, 할아버지와 가족 사항, 반성문에 담긴 학교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 등을 제출하라고 안내했다.

정유정 두 번째 공판은 오는 16일 열린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