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행정’…외국인 노동자 급증에도 지원센터 폐쇄

입력 2023-10-10 13:17



그동안 외국인 노동자들의 안식처 역할을 해온 광주외국노동자지원센터가 문을 닫게 될 처지에 놓여 논란이다. 해마다 외국인 노동자가 크게 늘어나는 지역 노동현장의 엄연한 현실을 외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10일 광주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 따르면 1997년 첨단과학산업연구단지 내 무등교회에서 문을 연 이후 통역서비스는 물론 외국인 근로자의 안정적 정착을 돕기 위한 한국어 교육과 노무·법률·생활·직업 상담 등 다양한 정보·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한국 문화가 낯선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한 부당 노동행위 강요와 업주들의 임금체불 등에 대한 합리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등 인권 보호에도 앞장서왔다.

하지만 광주를 포함해 전국 9곳에서 운영 중인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 대한 지원 예산을 정부가 돌연 전액 삭감하겠다고 통보해 내년부터 일제히 문을 닫게 처지에 놓여 있다.

재정적 한계에 부딪혀 언어와 문화·법률적 차이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더 돕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광주 등 9곳의 지원센터가 하던 지원 업무를 각 지방노동청과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넘겨받도록 대체한다는 계획이지만 근로현장에서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크게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구나 정부가 지난 8월 외국인 고용 제한을 대폭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인권 향상과 복지 서비스를 위한 지원센터의 기능과 역할 증대가 오히려 더 필요해졌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3만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관할하는 광주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의 경우 한해 평균 2만여명의 외국인이 이곳을 찾아 각종 상담과 정보를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도 정부로부터 상담·교육 프로그램, 전담직원 인건비 명목의 예산 6억여원의 지원이 중단되면 당장 내년 지원센터의 운영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전국 9곳의 지원센터에 총 71억800만원을 나눠 지원했으나 내년 예산에는 한푼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예산 삭감으로 지원센터 9곳의 가동 중단이 현실화되면 외국인 근로자들의 집단 사업장 이탈과 불법적 노동강요에 따른 인권침해 등 사회적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지원센터가 폐쇄되면 부당한 처우를 받아도 마땅히 호소할 곳이 사라지게 된다”며 “지금까지는 주로 주말과 일요일에 지원센터를 찾았지만 당연히 평일에만 문을 열게 될 공공기관은 사실상 있으나마나 하게 될 것”이라고 볼멘소리다.

한재동 광주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교육운영팀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직장에서 일하는 평일이 아닌 쉬는 날 상담과 교육을 대부분 받아왔다”며 “지역별 고용노동청과 산업인력공단에 기존 지원업무를 맡긴다는 것은 사실상 외국인 근로자에 관한 각종 서비스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