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11건인데…영상들 제작에 매년 수천만원 혈세”

입력 2023-10-10 10:53 수정 2023-10-10 10:54
시청자미디어재단 제공.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 분량이 짧고 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영상 콘텐츠 제작에 매년 수천만원을 지원하면서 사용처 검증은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영상 콘텐츠는 6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제작됐지만, 게시 후 10개월 동안 조회수는 11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방통위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시청자 권익증진 사업 중 ‘마을·공동체 미디어 활동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최근 5년간 예산 11억원을 사용했다.

여기에는 3인 이상으로 구성된 마을공동체에서 공모를 통해 사전 심사를 통과하고 콘텐츠 제작을 마치면 최종 심사 결과에 따라 50∼70만원의 제작 활동비를 내주는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시청자미디어재단은 해당 사업의 하나로 100개 콘텐츠에 6000만원 이상 지원금을 지급했으나, 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 아무런 증빙 자료를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영상 콘텐츠는 6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제작됐지만, 게시 후 10개월 동안 조회수는 11건에 그쳤다. 길이 3분짜리인 영상 2건도 각각 60만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국회에 제출된 사업 경과 자료에는 100개 마을이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적혀 있지만, 2개 이상의 콘텐츠로 중복 지원을 받은 제작단체가 33개에 이르렀다.

허 의원은 “1인 미디어 시대라고 불리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지원이 시청자 권익 증진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다”며 “전형적인 세금 낭비로 다른 사업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러한 지적에 내년 예산안에서 마을·공동체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을 전액 삭감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