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헤즈볼라에 “공세 가담 말라”…확전 자제 안간힘

입력 2023-10-10 09:13

미국이 이란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향해 하마스 공세에 가담하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미국은 하마스 공격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 무기 지원에 나섰지만, 지상군 파병 의향은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전쟁이 여러 단체와 국가가 개입하는 대규모 양상으로 확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미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9일(현지시간) 중동 내 미군 태세 변화 관련 브리핑에서 “제럴드 R. 포드 항모전단은 10일 동지중해에 도착해 해상 및 공중 작전을 수행, 지역 내 동맹과 파트너를 보호하고 지역 안정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보수집, 해상 지배, 장거리 타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타격단의 다목적성과 기동성은 미국이 모든 우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안정을 위협하는 분쟁 확산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이번 태세 강화는 이스라엘 방위에 대한 미국 지지를 행동으로 분명히 보여주고, 이란과 헤즈볼라, 그리고 현 상황을 악용해 분쟁을 확대하려는 지역 내 다른 대리자들에게 억지력 있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들은 (분쟁에 가담하기 전) 두 번 생각하라”고 경고했다.

이 당국자는 하마스 공격에 대해서도 “이스라엘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른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IS) 수준의 야만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미국이 자체 무기로 장거리 공격을 가할 시나리오가 있느냐는 질문에 “가상의 상황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어 “태세 조정의 요점은 미군이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하고 있으며, 동맹과 파트너의 방어 요구를 지원하기 위해 전 세계에 역동적인 역량을 신속하게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도 미 병력 투입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란은 다년간 하마스를 지원해 왔다”면서도 이란이 공격 계획에 직접 연루됐다는 스모킹건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추가 안보 지원 요청을 가능한 한 빨리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미국 지상군을 이스라엘 땅에 배치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은 미국에 전투기용 정밀유도탄과 아이언돔 대공방어 시스템용 미사일을 추가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그런 무기 선적을 서두르고 있다”고 국방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상과 대화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단결된 지지를 확인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5개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에 대한 견고하고 단합된 지지를 표명하고, 하마스와 하마스의 지독한 테러 행동에 대한 분명한 규탄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우리는 하마스의 테러 행위에는 어떠한 정당성도 적법성도 없으며, 보편적으로 규탄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테러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은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그 어느 측도 이런 공격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할 때가 아님을 강조한다”며 “앞으로 다가올 날들 동안 우리는 이스라엘이 자기방어를 하고, 궁극적으로 평화롭고 통합된 중동 지역을 만들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계속 단결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동성명은 “우리는 모두 팔레스타인 국민의 정당한 열망을 인정하고 있고,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모두에 대해 공정과 자유라는 평등한 조치를 지지한다”며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국민에게 더 큰 공포와 유혈사태만 제공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