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깨문’은 안 되고, ‘닭근혜’·‘쥐박이’는 된다? 댓글 필터링 논란

입력 2023-10-10 08:07 수정 2023-10-10 13:15
포털 사이트 '다음'(Daum) 로고. 카카오 제공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DAUM)이 인공지능(AI) 기반의 댓글 필터링 기능(세이프봇)을 통해 ‘대깨문’을 가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깨문은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의 준말로, 문 전 대통령 강성 지지 세력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각각 비하하는 표현인 ‘쥐박이’, ‘닭근혜’와 윤석열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이는 ‘굥’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표현에 비속어가 포함된 경우는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며 “정치적 해석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에 따르면 다음의 기사 댓글(타임톡)에 ‘대깨’, ‘대깨문’이 포함된 표현을 쓰면 세이프봇에 의해 자동으로 가림 처리된다.

2020년 12월 다음 댓글에 처음 적용된 세이프봇은 욕설과 비속어를 포함하거나 게시물 운영 정책을 위반한 댓글을 AI 기술로 분석해 자동으로 필터링하는 기능이다.

카카오는 “대가리는 동물의 머리를 의미하는 동시에 사람에 대한 비속어로 사용된다”며 “대가리가 포함된 ‘대깨’는 비속어로 판단해 해당 어휘가 포함된 경우 가리기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네이버의 경우는 대깨문을 정치적 표현으로 간주해 AI로 관련 표현이 들어간 댓글을 자동 삭제·가림 처리하지 않는다.

또 다음은 동물로 사람을 비하한 ‘쥐박이’와 ‘닭근혜’ 등의 표현은 비속어가 아니라고 판단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하·비판하는 표현으로 쓰이는 ‘굥’도 삭제·가림 처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굥’은 윤석열 정부가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의미로 윤 대통령의 성인 ‘윤’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실은 카카오가 세이프봇에 적용할 증오 표현을 임의로 선정해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대깨문’을 포함한 정치적 표현을 상당수 규제 단어로 선정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내부 직원과 일부 전문가가 댓글을 규제하는 데이터 라벨링 과정을 거친 셈”이라며 “카카오의 댓글 규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전 검열 수준으로, 여론을 조작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비속어만 규제할 뿐 정치적 표현 자체를 규제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방심위 세이프넷 기준에 따라 정치인을 가리키는 표현에 대해 규제하지 않지만, 표현에 비속어가 들어가는 경우 세이프봇의 적용 대상이 된다”며 “‘대깨문’의 경우 비속어로 사용되는 ‘대가리’ 및 노골적 신체 훼손 표현인 ‘깨져도’가 포함돼 비속어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카오의 설명대로 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다른 표현들은 기사 댓글에서 필터링 대상으로 적용돼있지 않다. ‘대깨문’을 제외한 다른 표현들은 비속어가 아니기 때문에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