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서려 했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69)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민주당 가문 출신이지만, 백신 반대 운동이나 우크라이나 개입 반대 주장으로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적지 않은 호감을 얻고 있어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케네디 주니어는 9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 연설에서 “공항, 호텔, 거리 등 어딜 가나 사람들은 이 나라가 역사적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음을 나에게 상기시켰다”며 “나는 오늘 무소속 후보로 나설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케네디 주니어는 1963년 총격으로 목숨을 읽은 민주당 소속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다. 케네디 주니어는 지난 4월 민주당에 대선후보 경선 출마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6개월 만에 결정을 번복하고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케네디 주니어는 1992년 대선에 출마해 득표율 약 19%를 기록한 기업가 출신 로스 페로 이후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무소속 후보 위치에 있다”며 “그의 유명세와 양당 후보에 대한 광범위한 유권자 불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두 차례 여론조사에서 케네디 주니어는 바이든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삼자 경쟁에 나섰을 때 양측 지지층을 고루 흡수하며 10%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성향의 여론조사 업체 에션론 인사이트 조사에서 케네디 주니어는 민주당원 13%, 공화당원 9%, 무당파 유권자 23%의 지지를 받았다. 그의 출마로 바이든 대통령 지지층 유출이 더 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주 발표된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케네디 주니어는 민주당원 9%, 공화당원의 13%, 무당파 유권자 24%의 지지를 받으며 정반대의 결과를 나타냈다. 케네디 주니어에 대한 호감도도 공화당원 59%, 민주당원 40%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양당은 그의 출마가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견제하고 있다. 바이든 캠프는 케네디 주니어가 민주당 계열 정치 명문가 출신인 점 등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화당 역시 케네디 주니어가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백신 반대 운동을 펼치며 보수층에 어필한 점이 보수표를 분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는 이날도 “미국은 우리의 부를 말리고, 젊은이들을 학살하는 끝없는 전쟁에 대해 의미 있는 저항을 못 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 반대 의사를 밝혔다.
양당 유력 주자인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리턴 매치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는 가운데 제3지대 후보 난립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의 진보 신학자이자 흑인 사회운동가인 코넬 웨스트 유니언 신학대 교수도 최근 소속 정당인 녹색당이 아닌 무소속으로 내년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중도 성향 정치단체인 ‘노레이블스’도 내년 4월 독자 후보를 발표하기 위해 후보 추대 작업을 시작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