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 공격으로 미국인 사망자가 11명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는 사실이 공개돼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정보 실패가 드러난 상황에서 자국민 사망자와 인질이 증가해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공화당 주자들은 바이든 대통령 리더십에 맹공을 퍼부었고, 일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굴욕적 철군’과 비교하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중동 데탕트를 위해 확전 자제를 바랐던 바이든 행정부 구상도 흔들리게 됐다.
공화당 조지 홀리 상원의원은 9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하마스가 미국인을 인질로 잡고 있을 때 바이든은 라이브 밴드와 함께 피크닉을 즐겼다”고 비판했다.
앞서 백악관 풀기자단은 지난 8일 “초저녁 (백악관) 로즈가든 주변에서 라이브 밴드 연주가 들려왔다. 백악관은 대통령과 영부인이 관저 직원과 가족을 위해 바비큐 파티를 주최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보수 매체 뉴욕포스트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도시를 학살하고, 최소 100명 이상을 납치한 이후에도 바이든은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며 “백악관은 국제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라이브 밴드와 바비큐 파티를 주최했다고 밝히며 조롱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부터 이틀간 부통령 시절 기밀문서 유출 의혹과 관련해 자발적으로 특검의 신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비난은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대선 경합주인 뉴햄프셔주 연설에서 “우리는 역사적인 아브라함 협정으로 중동에 평화를 이뤘지만, 지금은 이스라엘에서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고, 매우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며 “바이든은 이스라엘을 피에 굶주린 테러리스트들에게 던졌다. 이스라엘을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서 목격하고 있는 잔혹 행위는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내가 백악관에 있으면 전 세계는 미국이 강하고 안전하며, 우리가 국민을 돌볼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인 사망자가 늘어난 점을 언급하며 “대통령은 바비큐 불을 끄고, 국민과 대화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그는 “우리가 가정 먼저 해야 할 일은 인질을 구출하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난 일을 되풀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당시 탈레반의 발 빠른 진격을 예상하지 못해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혼란스러운 대피에 나서야 했던 점을 이스라엘 사태에도 대입한 것이다.
매카시 전 의장은 “인질 협상을 위한 자금 회유 등의 바이든 정책은 끝나야 한다”며 “테러리스트들을 대담하게 만든 60억 달러를 다시 동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도 “바이든은 이란에 60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테러리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은 바이든의 대통령직 실패 하에 시작된 두 번째 전쟁”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안타깝게도 사망자 가운데 최소 11명의 미국 시민이 포함됐고,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사람 중에는 미국 시민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미국 시민의 안전은 대통령으로서 나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인질 구출 노력에 관해 이스라엘 측과 협의하고 조언하기 위해 전문가를 배치하고 모든 측면에서 이스라엘 측과 협력하도록 지시했다”며 “우리는 테러리스트 공격의 고통을 기억하며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사악한 행위에 맞서 단결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백악관은 이날 오후 “바이든 대통령이 10일 오후 이스라엘 전쟁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