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지진 골든타임 임박…국제사회, 도움의 손길은

입력 2023-10-10 00:03
한 아프가니스탄 남성이 지난 8일 규모 6.3의 강진으로 무너져 내린 자신의 집터 위에 주저 앉아있다. AP 뉴시스

아프가니스탄 북서부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한 아프간 사망자 수가 24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첫 지진 발생 이후 36시간이 지나도록 아프간을 향한 국제 사회의 구호 활동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규모 6.3의 강진 피해를 본 아프가니스탄은 첫 지진이 발생한 이후 36시간이 지나도록 구호품과 구조 인력을 실은 비행기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9일(현지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통상 지진 재난 구조의 골든타임은 72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가니스탄 재난 대변인은 8일 기준 “사망자 수가 2445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20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1300세대가 넘는 집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아프간 정부는 수백 명이 잔해 속에 갇혀있다고 발표했지만 정확한 집계가 어려워 실제 사상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공개적인 구호 활동을 제안한 국가는 이웃 국가인 중국과 파키스탄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세계 각국이 탈레반 정부와 직접 거래하는 것을 경계하는 데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무력 분쟁에 이목이 쏠린 탓으로 보인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한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지난 8일 헤라트 주 젠다 잔 지역에서 지진으로 사망한 친인척이 묻힌 구역에 주저 앉아 비통에 잠겨있다. AP뉴시스

국제 구호기구와 비정부단체는 국제 사회에 아프간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구호 단체들은 의료 인프라가 열악해 부상자들마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생존자들도 음식과 피난처, 식수 등이 부족한 형편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8일 성명을 통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국제 사회가 힘을 모아 지진으로 피해 입은 사람들을 지원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엔은 아프가니스탄 현지 당국과 협력해 긴급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88년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구호 활동을 펼쳐온 국제구조위원회(IRC)도 구조 장비가 부족해 매몰된 생존자들을 구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살마 벤 아이싸 IRC 아프가니스탄 국장은 “국제 사회가 헤라트 주민들과 연대하고 지속적인 구호 활동을 지원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난 7일 오전 아프간 헤라트주에서 북서쪽으로 약 40㎞ 떨어진 곳에서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 뒤 규모 4.3에서 6.3 사이의 여진이 수차례 이어졌다. 아프간 문화 수도로 꼽히는 헤라트는 2019년 기준 약 19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