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이란 보안군이 개입하고 최종 승인을 내렸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8일(현지시간) 늦은 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팔레스타인을 확고히 지지하지만, 팔레스타인의 대응은 전적으로 그들 자체적으로 취한 조치이므로 우리는 관여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마스와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고위 관계자 등을 인용해 “이란 안보 당국자들이 지난 2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F),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4개 무장 단체 대표와 이란 혁명수비대(IRGC) 장교들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작전의 세부 사항을 구체화했다고 전했다.
또 “IRGC 장교들은 지난 8월부터 하마스와 협력해 유대교 안식일 날 1973년 욤 키푸르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공중 및 지상, 해상 침공을 계획했다”고 했다.
다만 미국과 하마스는 이란이 이번 공격에 직접 개입했다는 점을 공인하지 않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이란은 오랜 기간 하마스를 지원해 왔다”면서도 “이번 공격을 지시했거나 배후에 있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마스의 고위 간부 마무드 미르다위는 이스라엘 공격에 대해 “하마스가 자체적으로 공격을 계획했다”며 “이것은 팔레스타인과 하마스의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란 배후설’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시리아와 레바논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을 둘러싼 다른 테러 군사조직 리더들과 회의한 사실을 알고 있다”며 “우리 지역의 이란의 대리인들은 이란과 최대한 협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란의 직접 개입이 밝혀지면 이란과 이스라엘의 오랜 분쟁이 중동의 더 광범위한 분쟁으로 확대될 위험이 커진다.
이스라엘 고위 안보 관리들은 이란이 이스라엘인 살해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이란 지도부를 공격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자살폭탄 테러 등 극단 노선을 표방하는 PIJ 등이 합류할 경우 공격 양상도 격렬해질 우려가 크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