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유지·보수비 5년간 1.5조 감축… 멀어지는 안전

입력 2023-10-09 07:42 수정 2023-10-09 16:29
포트홀.

한국도로공사가 향후 5년 동안 ‘재정 건전화’를 앞세워 안전투자 분야 비용을 1조5000억원가량 줄일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도로 위 안전을 위협하는 포트홀 발생 건수는 연마다 늘고 있어 공공성이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2023년~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분석한 결과 도로공사는 2027년까지 노후화된 도로를 개량, 보수하는 데 쓰이는 안전투자 비용(시설개량비·유지관리비)을 1조5656억원을 감축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시설개량비는 2023년 605억원에서 2024년 1269억원, 2025년 1331억원, 2026년 1397억원, 2027년 1614억원으로 총 6216억원을 감축해 편성예산 대비 10%를 줄일 계획이다. 유지관리비의 경우 2023년 1137억원, 2024년 1892억원, 2025년 1967억원, 2026년 2047억원, 2027년 2397억원 총 9440억원 감축해 편성예산 대비 8% 줄이기로 했다.

도로공사는 사업비 절감심사 강화와 총사업비 관리 등을 통해 시설개량비를 절감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도로운영 디지털 전환 추진 등을 통해 유지관리비를 줄이는 등 경영 효율화를 이뤄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급격히 노후화하는 고속도로 현황과 역행하는 조치다. ‘도로 위 지뢰’라고 불리는 포트홀 발생건수는 매년 급증세 기록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로이용불편 척척해결서비스 앱(척척앱)’에 접수된 포트홀 신고 건수는 2021년 5050건, 2022년 7350건, 2023년 8월 기준 1만 1778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피해배상 건수와 배상액 역시 2019년 707건(배상액 6억4600만원)에서 2022년에 1737건(배상액 34억9700만원)으로 건수는 2.5배, 배상액은 5배 이상 늘었다.

안전투자 예산축소는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이행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도로공사는 자산매각, 사업조정 등 자구노력을 통해 2027년까지 2조6197억원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안을 정부에 제출했는데, 이 가운데 안전투자가 포함된 경영효율화 감축액 규모는 1조6089억원(61.41%)로 비중이 가장 높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안전투자비용 축소는 부채규모를 줄이는 데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자산매각, 사업조정과 비교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이용자들의 사고 위험이 늘어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