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앱결제 결투장’으로… 구글·애플 과징금, 피해업체 소송 예고

입력 2023-10-08 15:41

한국이 글로벌 빅테크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를 둘러싼 결투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글과 애플이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들에 특정한 결제방식(인앱결제)을 강제한 게 금지행위를 위반했다는 방송통신위원회 판단이 나오면서다. 구글과 애플은 과징금 부과에 행정소송 등으로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인앱결제 강제로 피해를 입은 출판업계 등은 구글·애플의 미국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인앱결제는 소비자가 유료 콘텐츠 이용을 위해 결제할 때 구글·애플 같은 앱마켓 운영사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하고, 일정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걸 말한다. 구글과 애플은 최대 30%의 수수료를 떼간다. 앱 개발사들은 사실상 강제적으로 고율 수수료를 내야 하는 셈이다. 앱 이용자는 게임·영상·전자책·음악 등의 디지털 콘텐츠 결제 시 수수료를 포함해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방통위는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정책을 ‘갑질’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8월에 국내외 앱 마켓 사업자를 대상으로 사실조사에 돌입했었다. 1년여 조사 끝에 방통위는 구글·애플에 과징금 680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특정 결제 방식 강제, 앱 출시 심사 부당지연 등으로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 행위를 위반했다. 시정명령 및 구글에 475억원, 애플에 205억원의 과징금을 매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애플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애플은 “방통위의 사실조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 앱스토어 변경사항이 전기통신사업법(인앱결제강제방지법)을 준수한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방통위에서 사실조사를 시작한 지난해 8월쯤부터 법을 준수했다면서 “이용자 선택권 확대 및 모두에게 안전하고 높은 품질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반박했다.

구글·애플의 반발로 한국은 인앱결제 관련 ‘소송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방통위가 과징금을 부과하면 구글·애플은 행정소송으로 맞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인도경쟁위원회(CCI)로부터 인앱결제 강제를 이유로 과징금 1억6200만 달러를 받자 두 달 만에 항소해 법정 다툼에 들어갔다. 구글은 “추후 최종 서면결정을 신중히 검토해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인앱결제로 매출 피해를 본 산업계 소송전도 예고된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미국 로펌을 통해 대만 및 일본의 앱 개발자와 함께 미국 본사에 직접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