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사회에서 각광”…더 커지는 한글의 선교적 쓸모

입력 2023-10-08 13:27 수정 2023-10-09 10:04
선한청지기교회 한글학교 학생들이 '장터'를 주제로 특별활동 후 단체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선한청지기교회 제공

한류와 함께 선교의 도구로 주목받아온 한글의 쓸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이민 사회에서 교회의 한글교실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북쪽의 웨스트코비나에 있는 선한청지기교회(송병주 목사)는 최근 ‘한글 잘 배우면 BTS 여자친구 될 수 있다’는 구호로 청소년들을 한글학교로 불러 모으고 있다. 신앙을 떠나는 이민 2세들을 만날 접점으로 한글을 활용하고 있다. 교회가 처음 한글학교를 연 것은 20년 전이다. 초창기 교인 자녀들만을 위해 시작했던 한글학교는 2008년부터 지역사회 어린이·청소년과 타문화권 선교 차원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송병주 선한청지기교회 목사는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한인 자녀들에게 한글을 기억하게 하려는 차원에서 시작한 사역”이라며 “이제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한글을 가르치며 영적 유산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송 목사는 “한글은 이민 2세뿐 아니라 미국 본토의 백인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열풍”이라며 “미국 중부 지역의 한인교회 부흥회를 인도하러 갔을 때 일부러 한인교회를 나오는 백인 학생들을 보고 놀랐다. 이 학생들은 저녁으로 비빔밥과 된장국을 먹으며 한국말로 대화를 나눴다”고 사례를 전했다.


최근 한글교실은 기존의 강세였던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과 미주에서도 확장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세종학당재단이 운영하는 세종학당도 2008년 13개에서 2021년 234개로 늘어났다.

세종학당이 가장 많은 대륙은 아시아로 139개다. 유럽은 57개 아메리카는 32개에 달한다. 외국인 수강생뿐 아니라 이민 2세들의 참여도 늘어나는 추세다.


송 목사는 “많은 젊은이가 교회를 떠나는 상황에서 한국문화, 특히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인기는 다음세대 신앙 전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게 했다”며 “한글학교는 한국인이자 미국인 동시에 기독교인이라는 복잡한 정체성을 확립해주는 데 매주 중요한 토양”이라고 설명했다.

안산 온누리M센터에서는 주중과 주말에 7개 한글교실이 운영된다.

국내 이주민 선교에서도 한글교실은 새롭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SNS에 밀려 오프라인 커뮤니티 기능이 약화하는 가운데 한글교실은 여전한 영향력 자랑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 온누리M센터(노규석 목사)의 경우 정부 지원을 받아 다문화평생교육원을 운영한다. 주중과 주말에 7개 한글교실이 가동된다. 한글이 낯선 이들을 위한 초급반과 한국어능력시험(TOPIK) 대비반이 인기다.

노규석 안산 온누리M센터 목사는 “최근 이주민 교회들이 아주 힘들다”며 “이주민들이 굳이 교회에 오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노는 커뮤니티를 만든다. 이럴수록 교회는 실질적 도움을 줘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한글교실”이라고 전했다. 노 목사는 “노동자들은 비전문직 취업 비자인 E9에서 가족 초청과 기간 연장을 할 수 있는 숙련기능인력 비자인 E74로 업그레이드를 원한다“며 그러려면 한국어 시험 성적이 필수다. 한국어는 독학이 어려우므로 자연스럽게 센터로 찾아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태국에서 진행된 아름다운 한글학교 모습. 아름다운한글봉사단 제공

한글 교육을 선교와 접목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강사교육과 교과과정 계발이 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외에서 한글을 통한 선교사역을 전개하는 곽은경 아름다운한글봉사단장은 “한국어 교육으로 많은 현지인이 모여들지만 정작 성경 이야기를 하면 오던 발걸음이 끊어진다”며 “단기간에 단편적으로 복음을 제시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곽 단장은 “교육과정 안에서 복음 주제를 학습 내용으로 구성하는 학문적인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며 “학습 내용을 충실히 교육하면 학생들이 교과서에 있는 성경을 읽게 되고, 한국어 학습능력이 충분해지면 복음의 본질을 이해하는 독해 능력이 생겨서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한국어 교육과정과 구별되는 전문적인 영역으로 선교한국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