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은 7일 오전 봉사자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밥상공동체복지재단·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는 이날 20번째 ‘연탄 나눔 재개식’을 진행했다. 따듯한 겨울을 위한 연탄 나눔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재개식 시작 30분 전부터 봉사자들은 연탄 배달 준비에 한창이었다. 봉사자들은 각양각색의 조끼와 팔 토시를 챙겨 입고 현장에 마련된 포토부스에서 기념촬영을 하면서 1년 만에 돌아온 연탄 봉사의 계절을 반겼다.
연탄은행은 ‘기후 및 에너지취약계층을 위한 사랑의 연탄 300만 장 나누기’를 주제로 연탄 나눔 캠페인을 진행한다. 올해는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위기에 맞춰 연탄이 생존의 에너지임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캠페인은 내년 3월까지 진행된다.
허기복 목사는 본보와 별도로 가진 인터뷰에서 “연탄가구 대부분은 월 소득이 30만원 이하이며, 평균연령은 80세를 웃돈다”며 “어르신들은 여름에는 더위에 허덕이고 겨울에는 추위에 떤다. 에너지취약계층에서 기후취약계층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탄은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사회가 발전 할 수록 연탄 가구는 상대적으로 더 취약해진다”고 덧붙였다.
20번째 재개식을 맞아 특별히 연탄가구 어르신들이 직접 연탄은행과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메세지를 전했다. 백사마을에 58년째 거주하고 있는 안금옥(78)씨는 “연탄은행이 지난 20년간 보내준 관심과 사랑에 감사하다”며 “봉사자들이 연탄을 배달해 준 덕분에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했다.
연탄 한 장 가격은 850원이다. 한 가구가 긴 겨울을 보내기 위해 1100여장, 한 달에 200여장의 연탄이 필요하다. 연탄은행은 올해 2만 가구를 대상으로 연탄 300만장 나눔을 목표로 한다. 재개식이 끝난 후 150명의 봉사자들은 3개조로 나눠 30가구에 연탄 6000장을 전달했다.
봉사자들은 등에 진 지게에 연탄을 가득 싣고 각 가정에 연탄을 배달했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봉사자들은 연탄을 나르는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12번째 연탄봉사를 하는 서민경(10) 양은 “처음에는 이모의 제안으로 시작한 봉사였지만 지금은 연탄 봉사가 재밌다”면서 “어르신들께 연탄 배달을 할 때 뿌듯하다. 어르신들이 올해도 따듯한 겨울을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양은 이날 같은 초등학교 친구 8명과 함께 봉사에 참여했다.
아울러 연탄은행은 이날 2년 마다 진행하는 ‘전국 연탄사용가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3년 기준 전국 연탄사용가구는 7만4167가구다. 지역별로 연탄 가구가 가장 많은 순서는 경상북도가 2만4663가구, 강원도 1만6859가구, 충청북도 7618가구 순이다. 서울에서는 1827가구가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허 목사는 “기후위기와 경기침체 장기화 등을 모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보다 더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연탄 한 장이라도 도와주는 따듯한 마음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