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이 만든 작품, 인정받아 기쁘다”

입력 2023-10-07 15:34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과 ‘파친코’의 저스틴 전 감독이 부산을 찾아 한국계 미국인 감독으로서 활동하는 소감을 전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특별기획 프로그램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렸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재미교포 영화인들이 이민자의 이야기를 담은 K콘텐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이삭, 저스틴 전 감독을 비롯해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 존 조가 참석했다.

이들은 최근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많은 사회에서 이민자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입을 모았다. 스티븐 연은 “한국계 이민자로서 받아들여지는 것, 한국계 미국인이 만드는 작품이 이해받는 것을 보면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하고 화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한국 콘텐츠의 부흥이 기쁘고 디아스포라(이주민의 공동체)를 사는 사람으로서 위안이 된다”고 밝혔다.

저스틴 전 감독은 BIFF 초청작 ‘자모자야’에서도 이민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인도네시아 출신 래퍼인 주인공이 미국 시장 진출을 꿈꾸는 내용이다. 전 감독은 “이민에 관해 이야기할 때 나는 우리가 모두 이민의 현실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생을 여정이라고 봤을 때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가는 것, 새로운 도시로 이동하는 것도 이민”이라고 정의했다. 이민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반드시 이민자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정이삭 감독은 BIFF에서 환대를 받은 소감을 전했다. 그는 “디아스포라에 있는 사람들이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감동적이었다”며 “한국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언급했다. “어머니가 내가 한 살일 때 아기 목소리를 녹음한 카세트테이프가 있어요. 테이프 속에서 엄마는 내게 ‘넌 한국 사람이야. 잊지 마’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살았어요.”

이날 스티븐 연과 존 조는 그간 출연한 미국 작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못했다.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이 전례 없는 파업에 들어간 상태기 때문이다. 노조는 대기업 스튜디오를 상대로 스트리밍 사업 수익의 공정한 배분, 인공지능(AI) 활용에 따라 배우 고유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