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찾은 송중기 “‘트리플’ 떨어지고 ‘늑대소년’ 거절할 뻔했다”

입력 2023-10-06 19:54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 사흘째인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액터스 하우스:송중기' 행사에서 배우 송중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중기가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그가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과정과 영화 ‘화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송중기의 액터스 하우스가 열린 6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는 많은 팬이 20분 전부터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 관객의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으며 등장한 송중기는 “요즘 한국 영화의 상황이 어렵다 보니까 더욱 간절해지고 소중해지는 자리다”며 “불러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송중기는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성균관스캔들’(2010)을 통해 선하고 깔끔한 이미지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영화 ‘늑대소년’(2012),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2012) 등으로 스타성을 보여줬다. 제대 후에는 ‘태양의 후예’(2016)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톱스타의 반열에 자리매김했다. 영화 ‘군함도’(2017), ‘승리호’(2021)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드라마 ‘빈센조’(2021), ‘재벌집 막내아들’(2022)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송중기는 중학생 때까지 쇼트트랙 선수였다. 국가대표를 목표로 운동에 매진하다가 고등학교 진학 후 운동을 그만뒀다. 송중기는 “고1 때 처음으로 부모님께 막연히 생각해온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말했다”면서 “하지만 나도 확신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확신을 갖게 된 건 드라마 ‘칼잡이 오수정’ 촬영 현장에 보조출연자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조감독의 눈에 띈 그는 대사가 있는 ‘기자3’ 역할을 맡았다. 연출 감독에게 ‘잘한다’는 칭찬을 받았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배우의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드라마 ‘트리플’(2009)의 대본미팅을 했으나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송중기는 “정말 못했나 보다”며 “한 달 뒤 다시 보자고 하셔서 그때는 정말로 연습을 해서 갔고, 결국 뽑아주셔서 즐거웠다”고 전했다.

‘꽃미남 배우’라는 수식어가 익숙했던 그가 연기로 대중에게 인상을 남긴 건 ‘뿌리깊은 나무’(2011)부터였다. 그는 젊은 이도(세종)를 잘 소화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지금 돌아보면 그 역할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중압감이 컸어요. 위대한 실제 인물을 연기해야 하고, 제가 자라서 한석규 선배가 된다고 생각하니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저를 짓눌렀죠. 정말 잘 해내고 싶었어요.”

그를 톱스타로서 자리매김하게 만들어 준 작품은 ‘늑대소년’이었다. 처음에는 출연 제의를 거절했다. 두 달 뒤 다시 대본을 읽어 보니 ‘내가 이걸 왜 안 했지?’하는 생각이 들어 출연하기로 했다. 그가 맡은 철수라는 인물은 말을 하지 못해 몸짓을 쓴다. “대사가 없어서 쉬울 줄 알았는데 하면 할수록 손발이 다 묶인 느낌이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상대 배우를 계속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상대와 호흡을 맞추는 직업이 배우라는 걸 깨닫게 해준 작품이었어요.”

송중기는 지난 6월 득남했다. 아버지가 된 송중기는 “떳떳한 배우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작품에 임하자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고 했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화란’의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송중기는 “가정폭력의 아픔을 가진 두 청년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해 주려고 하지만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