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 지옥까지 쫓아갈 거야.”
‘복수 끝판왕’ 영화가 넷플릭스를 통해 찾아왔다. 6일 공개된 영화 ‘발레리나’는 지옥까지 쫓아가 피의 복수를 완성하는 한 여자의 액션 누아르물이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공개 전날인 지난 5일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CGV 센텀시티에서 먼저 관객과 만났다.
경호원 출신 옥주(전종서)에게 발레리나인 민희(박유림)는 유일한 친구다. 옥주에게 민희는 삶의 기쁨을 가르쳐준 존재다. 그런 민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민희는 옥주에게 남긴 편지를 통해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이에 대한 복수를 부탁했다. 친구의 죽음 앞에서 옥주는 복수의 의지를 불태운다.
편지에는 의문의 아이디(ID)가 적혀있었다. 옥주는 이를 추적해 최프로(김지훈)를 추적한다. 최프로는 외모가 매력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실체는 여성들에게 마약을 먹이고 음란 동영상을 찍는 성범죄자다. 민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최프로는 마약,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그가 속한 조직이 운영하는 마약 공장에 침입한 옥주는 피의 복수를 시작한다.
배우 전종서는 감정을 억누르면서도 옥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후 옥주는 크게 놀라거나 울분을 토하는 대신 슬픔을 조용히 삼킨다. 그의 눈에는 복수를 향한 독기가 서리기 시작한다. 분노를 절제하고 있지만 눈빛은 살기로 번뜩인다. 무표정으로 적을 대하는 옥주를 보면서 잔인함은 더 극적으로 다가온다. 여러 감정이 복합돼있는 전종서의 눈빛 연기가 인상적이다.
스피디한 액션 역시 쾌감을 준다. 범죄조직 하나를 순식간에 박살 내버리는 옥주의 액션 장면은 짜릿함을 선사한다. 그간 다양한 악역을 소화해 온 배우 김지훈은 이번에 ‘순수악’과 같은 인물은 연기했다. 옥주에게 목숨을 구걸하면서도 “내가 죽을 만큼 잘못한 건 아니잖아!”라고 외치며 최후까지 악한 본성을 드러낸다.
‘발레리나’라는 제목은 무자비한 복수극과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발레리나는 민희의 직업을 뜻하면서도 마치 발레 공연처럼 유려하게 펼쳐지는 옥주의 복수극을 의미하기도 한다. 강렬하고 모던한 음악이 흐르면서 전반적으로 세련된 느낌을 준다. 음악 작업에는 랩과 보컬은 물론 프로듀싱 능력을 갖추고 있는 뮤지션 그레이(GRAY)가 참여했다.
이날 영화 상영 후 열린 GV(관객과 대화)에서 연출을 맡은 이충현 감독은 “현실에서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 정도의 복수극이 필요한 시기가 지금인 것 같다”면서 “너무 장르적인 복수극보다는 ‘발레리나’라는 제목에 맞게 옥주가 복수하는 과정이 하나의 발레처럼 보이길 바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음악과 함께 비주얼, 미술에도 신경을 써서 하나의 ‘복수 공연’처럼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전종서는 “소중한 무언가를 위해서 복수하는 이야기를 꼭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과 전종서는 연인 관계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전종서 배우에게 말한 건 딱 하나였다. ‘자비란 없다’라는 느낌의 인물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김지훈은 “그동안 했던 악역은 나쁘지만 동정하게 되는 지점이 있었는데 최프로는 그의 부모조차 용서할 수 없을 정도의 인물로 표현했다”며 “최후에는 죽음 앞에서 밑바닥인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려고 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 작품은 다소 선정적이다. 성범죄에 악용되는 마약을 소재로 한 점, 흉기를 사용한 액션 등으로 청소년 관람불가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